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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이강욱 홍익대 교수 “공간·색채에 대한 탐구 추상으로 풀어냈죠”

by 광주일보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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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무각사서 작품 전시
자아 탐구 등 다양한 주제 작업

 

이강욱 홍익대 교수 초대전이 오는 31일까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그의 그림 앞에서는 오래 머물게 된다.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게’ 보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며, 또 멀어지며 작품과의 ‘거리’를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마치 여러겹의 얇은 종이를 하나씩 들춰낼 때마다 ‘또 다른’ 형상들이 숨어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흩어진 점, 선, 면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눈의 결정체처럼도, 세포의 움직임처럼도 보이는 요소들은 반짝이는 빛을 받을 때면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컬러’다. 비슷한 소재로 풀어낸 작품들에 각기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고,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고,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건 바로 변화무쌍한 ‘색감’이었다.

 

서양화가 이강욱(45)작가 초대전이 오는 31일까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움직이는 상(像) 변화하는 색(色)’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지오메트릭 폼’, ‘제스처’, ‘보이지 않는 공간’ 시리즈 등 모두 89점이 나왔다.

한국 신추상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 이 작가는 광주에서는 이번에 처음 작품을 선보인다. 구상이 강세인 광주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추상 작품으로 광주의 미술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다. 아라리오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6세에 최연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동아미술상 등 국내 공모전을 휩쓸었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에 머물며 런던 유니버시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7년부터는 홍익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1층에서 만나는 제스처 시리즈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스펀지로 바르고 겹쳐가며 수많은 형상들을 만들어냈다. 수묵이나 수채화의 번짐 효과처럼 보이고, 중간중간 색연필로 세밀하게 그려넣은 그림들은 정적인듯, 동적인듯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변화무쌍한 색채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공간’ 시리즈

‘색’에 대한 작가의 탐구는 지난했고, 그 결과물은 전시장의 작품들이 그대로 보여준다.

“컬러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배경으로 사용하는 화이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감들을 표현할 수 있어요. 바로 곁에 어떤 색을 두는 지, 수없이 덧칠하고, 겹쳐 칠하며 만들어진 색깔들은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죠. 색깔은 인간의 감정과 비슷합니다. 수천수만개의 색이 있고, 그걸 받아들이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르죠.”

홍익대 재학시절부터 그에게 회화 작업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생물학, 천문학, 물리학 등 과학적 접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마음을 건드리는 주제가 생기면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잘 나가던 2000년대 전후 시절, 그의 고민은 ‘나’로 수렴됐다. 그리고, 공간탐구로 나아갔다.

“나에 대한 생각과 탐구가 이어지던 시기였죠. 나를 결정하는건 무엇인가를 생물학적으로 접근했어요. 제 세포를 현미경으로 채집해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업했죠. 아주 작은 나의 존재를 좇다보니 ‘공간’이라는 존재에 마음이 도달했습니다. 내 안에서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그건 우주처럼 넓습니다. 하지만 또 우주라는 커다란 공간에서 보면 인간은 또 작은 존재이구요. 결국 인간이 그리는 공간은 상대적입니다. 미시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데, 거기에서 거시적인 공간을 발견하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오메트릭폼’ 시리즈는 영국 유학 시절 몰두한 고대 힌두 철학의 텍스트 ‘우파니샤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의 의식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물질 이상의 것이 있는가’ 등 철학적 질문을 대한 그만의 대답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노동집약적이다. 때론 우연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치밀한 계산과 구성으로 쌓아올리고, 그려넣은 요소들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유기적 움직임이 연출된다.

 

‘지오메트릭폼’ 시리즈는 영국 유학 시절 몰두한 고대 힌두 철학의 텍스트 ‘우파니샤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의 의식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물질 이상의 것이 있는가’ 등 철학적 질문을 대한 그만의 대답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노동집약적이다. 때론 우연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치밀한 계산과 구성으로 쌓아올리고, 그려넣은 요소들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유기적 움직임이 연출된다.

 

사실, 그의 작품은 작가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둘러봐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공간’, ‘색채’, ‘자아’ 등 그가 천착해온 주제들은 ‘상대적’이라는 그의 말처럼 작품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즐기는 것도 괜찮은 관람법이다. 분명 ‘새롭고, 의미있는 경험’일 터다. 한편 대규모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LS Electric, HT 현대에이치티가 메세나 협찬을 진행, 개최에 도움을 줬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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