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공단 직접 고용 의무” 광주 지자체 유사사례 적지 않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 법에 금지된 파견 형태로 직원을 고용했다가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전국에 비슷한 형태로 운영중인 센터만 23개에 이르는데다, 관련된 노동자만 수백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광주시와 5개 자치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중인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 13부(부장판사 송인경)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전 사무국장 A씨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공단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광주 근로자건강센터 운영기관인 조선대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근무하다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며 사직한 뒤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안전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설치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한 곳으로, 광주를 비롯해 전국 23곳에 설치돼 민간 기관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A씨는 “2012년 1월부터 202년 1월까지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아니라, 공단이 건강센터 소속 근로자에게 사실상 지휘·명령을 했다”면서 “파견법 위반으로 공단이 직접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파견이란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파견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다른 사용자(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하도록 하는 고용 형태다. 파견법은 대상 업무와 기간을 한정하고 허가받은 업체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법을 위반하면 사용 사업주가 직접 관련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한다. 공단측은 전문성을 갖춘 조선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한 것으로 근로자 파견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는 공단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다”면서 “공단과 조선대 산학협력단 간 위탁운영계약은 불법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A씨 손을 들어줬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비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면서도 정부 산하기관을 통한 불법 파견, 비정규직 운영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부는 “공단은 광주 센터 업무와 관련,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상시적으로 했고 A씨는 직접 공단의 업무지시를 받아 수행해왔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매년 전국 센터 운영기관에 대한 종합평가 뿐 아니라 전국 센터의 주간, 월간 실적을 확인하는 등 센터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해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공단의 전문성을 갖춘 업무수행가이드 등이 제공된 점 등을 들어 조선대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발휘될 여지도 크지 않았고 광주 센터 운영을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국가’가 사각지대에 놓인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보건관리를 위해 ‘민간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근로자건강센터가 명확한 법적 설치 근거가 없어서 매번 기재부의 예산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획일적인 관리를 시도하려다 보니, 국가가 책임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민간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법원에서 국가 책임이라 점이 확인돼 이와 비슷한 위탁 센터 등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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