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해진 전두환 건강 감안 재판 속도 내야

오늘 항소심 4번째 재판 전씨 불출석…민정기 전 비서관 등 증인신문
지역민·5월단체 “진실 규명 서둘러 전두환 사죄 기회 놓치지 않아야”

 

지난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네번째 항소심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전두환.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두환(90)씨 재판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쩍 노쇠해진 전씨의 건강 상태를 감안한 재판 진행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상 학살의 최종 책임자로 알려져 있는 전씨의 사과·반성을 듣기 위해 41년을 기다려온 희생자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법원이 역사적 비극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법 형사 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은 항소심 시작 이후 4번째 열리는 것으로, 전씨는 지난 9일 항소심 재판에 처음으로 출석한 이후 재판 불출석 신청을 냈고 법원이 허가해 이번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

법원은 당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호인을 통해 방어권이 보장된다는 점을 이유로 선고기일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이날 재판에는 전두환 회고록 편집·출판에 관여했다고 하는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릴 전망이다.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민씨를 비롯해 5·18 당시 506부대 헬기 조종사 4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술을 듣기로 했었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과 5월 단체 등을 중심으로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점을 의식한 듯 “증인·증거 신청이 많아지면 하다 못해 일주일에 두번의 공판 기일을 잡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역민들과 5월 단체 안팎에서는 이같은 재판부 발언에 주목, 재판을 서둘러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전씨가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 입원 치료를 받은데다, 지난 재판 출석 과정에서 부쩍 노쇠하고 경호 인력을 부축을 받아 이동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던 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픈 진실을 밝히는 데 속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80년 그날의 진실과 ‘역사적 단죄’를 위한 재판이 마무리되지 못해 자칫 전씨로부터 반성, 사과도 영원히 듣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다.

1심이 인정한 5·18 헬기사격의 진실을 재차 확인하고 전씨로부터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듣겠다는 게 5월 희생자들의 마지막 바람이다. 채택한 증인들에 대한 소환·진술 일정을 앞당기는 등 집중 심리로 판단을 신속하게 내려달라는 주문이다.

이들은 “2심인 항소심 재판도 1심 재판처럼 지연되고 있다”면서 “재판이 전씨에게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5월 단체들은 또 “5·18 영령과 그 유족, 광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야 한다”며 “전두환은 사죄하고 참회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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