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위헌법률심판 제청 기각
“과잉 금지 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판시
지난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도입됐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처벌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인데, 고의범에 준하는 수준의 형량을 부과하고 피해자가 어린이인 경우에 한해 가중처벌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법 시행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이 최근 운전자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판단을 내놓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 1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59)씨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했다.
A씨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특가법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8일 광주시 광산구 첨단중앙로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속 42㎞(제한속도 시속 30㎞)로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진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11살 어린이를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사망 사고를 낸 경우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형량이 특가법(위험운전치사상) 음주운전 사망 사고와 형량(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이 비슷하고 고의범인 상해죄(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치사죄(3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법정형 상한이 높게 규정됐다는 점에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교통사고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고의범과 성격이 다른데도, 고의범만큼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처벌 수준도 적정하지 않아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법안에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라는 모호한 의무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12조 1항, 3항)과 민식이법 내용 등을 종합해 해당 법안이 규정한 ‘안전’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그런 상태’를 의미하므로 별도의 조항을 두지 않더라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상해죄, 상해치사죄, 위험운전치사상 등 다른 범죄와 비교해 법정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호법익, 죄질이 달라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경중을 비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어린이 안전보장을 도모하려는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결단이 존중될 필요가 있고 범죄행위의 불법성, 죄질 등을 평가할 때 피해, 결과 뿐 아니라 사회 윤리적 가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민식이법이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췄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거나 입법자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1심 형(刑)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이뤄진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고려해 원심(징역 10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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