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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여성 할례는 박해”…난민 인정 요건 맞다

by 광주일보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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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부당한 전통 위협받는 시에라리온 여성 신청 받아들여
임신 상태로 광주 들어와 폐지 주으며 생활하다 이주민센터 전전
파키스탄 가족 인정 이어 두번째 판결…법원 판단 변화 주목
임시관리번호 발급받는 미등록 외국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의 A(여·39)씨는 여성 할례, 전통 종교단체 가입을 강요하는 어머니와 단체 사람들의 살해 협박을 피해 지난 2019년 임신한 상태로 본국에서 도망쳐 광주지법에 난민 신청을 했었다.

할례는 여성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의식으로, A씨가 사는 시에라리온은 세계에서 여성 할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1심은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여성 할례는 ‘박해’에 해당하고 여성 할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 1부(수석부장판사 최인규)는 A씨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여성 할례를 난민 인정 요건인‘박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어, 광주고법은 이같은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에라리온에 있는 A씨 어머니와 이모가 A씨의 ‘할레’를 요구하는 단체에 반드시 가입시키겠다는 방송 인터뷰 영상, 시에라리온 공화국 15~49세 여성의 86.1% 및 89.6%가 여성 할례를 겪었다는 유니세프·유엔인구기금 보고서, A씨 어머니가 여성 할례를 수행하는 시에라리온 내 전통 종교단체의 특정 지역 지도자로 A씨에게 단체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김민지 변호사는 “항소심 결정이 나왔지만 대법원 상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조심스럽지만, A씨가 난민으로 인정받고 시에라리온 국적인 아이에게도 난민 지위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가족적·지역적·사회적 상황에 관한 위험이 인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올 들어서만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파키스탄 출신 가족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데 이어 두 번째 난민 인정 판결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난민 판단 기준이 적극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법무부가 집계한 난민 인정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난민 인정률은 0.8%로, 난민 신청을 한 6684명의 외국인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55명에 불과하다.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799명에 그쳤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4일, 한국에 들어와 광주에 자리를 잡았을 당시 임신중이었다. 출산 전에는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해 일주일에 1~2회에 걸쳐 일당 6만 6000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 나갔다. 흑인에 여성인 탓에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아기가 태어나자 더 이상 일하기도 어려웠다. 아기를 업고 동네 재활용품이나 종이를 수거해 약간의 수입을 얻었지만 분유와 기저귀를 구입하기도 힘들었다.

A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이주민을 돕는 각종 단체를 옮겨다니며 쌀과 아기의 기저기를 지원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어려운 사정을 접한 천주교 비아동 교회의 빈첸시오회 박순교(에스텔) 회장과 빛고을광염교회 박이삭 목사 도움을 받았다. 3개월간(2020년 9~11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새벽 6시에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다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월세(29만원)가 밀려 집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아이의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난민 신청을 했고 결국 올해 광주고법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 받았다.

이주민종합지원센터 정기원 팀장은 “1년간 A씨를 도우면서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여성할례’가 얼마나 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는지 알게됐다”면서 “죽음의 위기와 가족과의 이별이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타지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A씨와 아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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