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속 드러난 도교육청 ‘상납’ 관행
납품대가 10~20% 지급 관례
업체 “관리 할 수 밖에 없어”
전남도교육청의 업자와 관료 사이의 고질적인 ‘납품’ 비리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교육청 직원과 알선 브로커의 뇌물 수수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도교육청은 줄곧 “청렴 교육 행정”을 표방해왔지만 재판에서 드러난 실상은 달랐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 1부(부장판사 임혜원)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전남도교육청 공무원 A씨의 경우 납품 업체 입장에서는 ‘관리’할 수 밖에 없는 직원이었다.
판결문으로 보면 A씨가 시·군 교육지원청 예산 요구 자료를 받아 교육환경개선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납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A씨보다 앞서 같은 업무를 맡았던 직원도 납품 대가 명목으로 1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됐었다. 1심 판결문에는 ‘납품 대가로 10~20%를 (뇌물로) 지급하는 게 업계의 관례’라는 업체 관계자의 진술도 적시됐다.
알선브로커 B씨도 업계의 이같은 점을 알고 공무원들과의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A씨와는 골프모임 등을 함께 하며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A씨 외에도 기자재 구입 여부나 예산 집행 등을 관장하는 특정 교육공무원들과의 관계는 치밀하게 관리해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러다보니 B씨가 납품 업체, 대상 학교 및 물품까지 지정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는 내용까지 판결문에 나타났다.
B씨는 도교육청 공무원들과 해외여행, 제주도여행을 다녀오는가 하면, 주기적 사적 모임을 만들고 골프, 식사 모임을 가졌다. 자신의 회사 법인카드로 여행 경비 등을 선결제하거나 회사 명의 리조트 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B씨는 제품 납품을 가능하게 영업을 한 대가로 납품가액의 45%까지 받아챙겼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학교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업자들 사이에서는 납품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교육공무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게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또 “전남지역 업체도 아니고 제품도 품질·가격경쟁력 면에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전남지역 학교에 대규모 납품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B씨가 평소 치밀하게 관리해온 전남지역 교육공무원들과의 인맥 및 친분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전남도교육청 관련 부서의 고질적 금품 상납 관행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뇌물공여,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4년, 추징금 5억9000만원을 선고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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