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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전일방송 대학가요제’로 돌아본 광주로컬 음악

by 광주일보 202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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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최유준 교수 방송작가 장상은 모모는 철부지 출간
모모 소나기 빙빙빙 등 전국구 히트곡 뒷이야기 등 담아
신문 인터뷰 등 자료 조사…“로컬 대중문화 잠재력 발휘”

전일방송 대학가요제
 

1971년 전남 지역 최초의 민간방송이 개국했다. 전일방송, ‘VOC(Voice Of Chunil)’다. ‘전일’은 모회사 ‘전남일보사’(광주일보 전신)에서 따온 것으로 금남로 ‘전일빌딩’에 신문사와 함께 자리했다. 리모델링 과정을 거친 전일빌딩은 이제, 80년 5월을 기억하는 역사의 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 ‘전일빌딩 245’가 됐다.

전일방송은 개국 1년만에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특히 1978년 4월 시작된 ‘VOC 대학가요제(전일방송 대학가요제)’는 ‘광주발(發)’ 히트곡을 전국으로 발신하며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모모’는 첫 경연의 ‘메가히트작’이었다. 박철홍이 만들고 김만준이 부른 ‘모모’는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되며 전국을 강타한다. 대학생 가요제 수상곡 중 최초로 MBC TV ‘금주의 인기가요’에서 5주 연속 1위에 오르고, 1979년에는 청춘스타 전영록과 이미숙이 주연을 맡은 ‘모모는 철부지’가 개봉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10대 이전까지 살았던 전남대 최유준 교수 역시, 어린시절 이 노래를 흥얼거린 기억을 갖고 있다. ‘전국구 노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음악미학, 문화 연구를 전공한 그는 전남대에 적을 두게 된 2011년부터 ‘전일방송 대학가요제’를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최 교수와 문화연구자이자 방송작가 장상은이 공동집필한 ‘모모는 철부지-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기억’(책과 생활)은 전일가요제를 중심으로 1970년대말에서1980년대초, 서울의 방송가와 주류 음악계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광주의 로컬 대중음악’을 들여다본다.‘로컬음악의 문화적 상상력과 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전남일보 등 당시의 신문 자료와 관련 인물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의 ‘대중음악현장’을 충실히 복원해냈다.

“이런 저런 공동의 사연이 담긴 한때의 낡은 사진들을 한 권의 앨범으로 정리해 친구들과 함께 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소박한 마음”이라는 최 교수의 말처럼 책을 읽다보면 ‘추억의 앨범’을 넘기며 자연스레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5장으로 구성된 책 중 3장 ‘VOC대학가요제: ‘모모’에서 ‘빙빙빙’ 까지’는 흥미롭다. 1980년 광주항쟁을 진압하며 등장한 신군부가 진행한 언론통폐합을 통해 전일방송이 사라지면서 VOC대학가요제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단 3회’에 그친 경연이었지만, ‘노래의 힘’은 만만치 않았다.

히트곡 ‘모모’에 얽힌 뒷 이야기는 눈길을 끈다. 당국의 검열을 고려해 ‘모모는 말라비틀어진 눈물자국이다’라는 원곡 가사를, 앨범 제작 당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로 바꿔 녹음한 사실에선 당시 ‘시대상’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모모’의 모티브가 된 에밀 아자르 소설 ‘자기 앞의 생’ 출판사(문학사상사) 운영자 이어령이 책 뒷표지에 쓴 홍보 문안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전남대 대강당에서 열렸던 2회 때는 전남대 중창단(김종률·박현희·손남승)의 ‘소나기’가 대상을 차지했다. 황순원 동명 소설에 등장한 ‘소녀의 죽음’에 마음을 뺏긴 김종률의 첫 창작곡으로 그는 같은해 열린 MBC대학가요제에서 또 다른 자작곡 ‘영랑과 강진’을 불러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회 대상곡인 김유성 곡 ‘빙빙빙’은 전국 115개팀 가운데 ‘인간의 삶을 풍자하는 가사와 경쾌한 리듬, 기교가 섞이지 않은 음색이 특징’(1980년 4월26일자 전남일보)이라는 평을 받았고 1981년 KBS ‘가요톱텐’ 연말결선에서 2위에 오를만큼 인기를 모았다.


저자들은 1장 대학가요의 시대와 광주의 로컬음악’, 2장 ‘MBC 대학가요제: ‘저녁무렵부터 영랑과 강진까지’, 4장 ‘‘소나기와 님을 위한 행진곡’ 사이’ , 5장 로컬 대중문화의 오래된 미래를 통해 카네기홀’, ‘르네쌍스’, ‘화신다방’ 등 충장로 음악감상실과 정오차의 바윗돌’, 박문옥의 노래들백제야학과 공장의 불빛’ 공연 등 광주 로컬 음악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상은씨가 진행한 충실한 인터뷰는 관련 인물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전일방송 PD출신으로 VOC대학가요제의 산증인인 이상옥 광주북구다문화지원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하성관과 김종률, 그룹 ‘로터스’ 멤버로 1회 가요제에 참여했던 노양진·이은성, 지역 로컬음악 전문가 주광씨 등이다.

“‘광주발전국 히트곡이라는 게 그 시절 어떻게 가능했으며왜 그것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여러 우연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일방송 대학가요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광주의 DIY음악은 한국에서 로컬 대중문화의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했던 보기 드문 사례다그것은 말하자면 로컬 대중문화의 오래된 미래

이번 책은 전남대 호남학연국원 HK+2감성인문학연구단이 새로운 지역분권시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위해 기획한 ‘트랜스로컬 감성총서’ 시리즈로 출간됐다. ‘감성탐사로봇 K800518호의 영화언어기록지’(최혜경·전남대출판문화원), ‘전남대 비나리패의 문예운동’(정명중·문학들)에 이은 세번 째 책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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