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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빈티지 스피커 만나는 카페 ‘음악이 흐른다’

by 광주일보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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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조희숙 부부 구례에 카페 오픈
‘알텍’ 등 오리지널 60~70% 크기 수제 스피커 갖추고 다양한 음악감상
매주 일요일 무료 청음회 개최…“시골 아이들 음악교실로 활용하고 싶어”

주인장 윤재영씨가 만든 수제 빈티지 스피커가 놓인 구례 카페 ‘음악이 흐른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정미조의 ‘개여울’, 클라리넷 소리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 바이올린의 구슬픈 선율이 인상적인 비탈리의 ‘샤콘느 G단조’, 경쾌한 색소폰 곡 벤 웹스터의 ‘When I Fall in love’….

가요, 영화음악, 클래식, 재즈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각기 다른 스피커로 들어보는 시간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오디오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흔한 일일 수도 있지만, 간단히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하거나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임에 틀림없다.

윤재영·조희숙 부부
 

한여름밤, 오디오로 듣는 음악의 세상에 빠져든 곳은 구례에 자리잡은 카페 ‘음악이 흐른다’(구례군 간전면 간문대평 1길 1). 지난 5월 윤재영(45) 조희숙(40)부부가 문을 연 이 곳은 70년 스피커 역사가 담긴 빈티지 스피커들을 만날 수 있는 카페로 스피커는 윤씨가 수작업으로 재현한 것들이다. 각각의 스피커는 20평 규모의 작은 공간에 맞게 크기를 오리지널의 60~70% 정도로 축소해 제작했다.

카페에는 1950년대 빈티지 스피커부터 현대 스피커까지 시대별 음악과 장르를 살려 들을 수 있는 스피커들이 놓여 있다. 1950~60년대 스피커를 상징하는 웨스턴 7395, JBL 하츠필드, 탄노이 오트그라프를 비롯해 1960~1980년대 극장 스피커로 유명한 알텍 등이다.

 

또 1980년대 가정마다 한 대 쯤 있었던 태광, 인켈, 롯데 전축 등 하이파이 스피커 컨셉을 살린 10.1 채널 스피커월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 트럼펫을 전공하고 오디오 매니아였던 장인이 남겨준 빈티지 오디오와 미니어쳐 스피커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카페에서는 매주 일요일 다양한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보는 청음회(廳音會)를 열고 있다. 윤 씨가 직접 선별한 곡들을 1시간 30분 동안 설명과 함께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전화예약을 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 양평에 살았던 윤 씨 부부는 구례와 연고가 없다. 언제부턴가 전원생활을 꿈꿨던 두 사람은 이민을 염두에 두고 광활한 대자연이 펼쳐지는 미국 중부에서 몇개월 생활하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을 접고 ‘제2의 인생’을 꾸릴 곳으로 구례를 점찍었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이 부부는 ‘음악’으로 이어졌다. 남편은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했고, 아내는 보컬로 활동했다. 윤 씨가 빈티지 사운드에 빠져든 건 5년전이다.

“공연을 하던 사람이라 크고 기계적인 사운드를 즐겼었죠. 어느 순간, 자연에 마음이 가고 시골 생활을 꿈꾸면서 소프트한 소리, 자연스러운 울림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 때부터 빈티지 오디오를 찾아다녔고 장인들을 만나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스피커를 세팅하고 나서는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실망도 했지요. 물론 지금도 완벽한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리’에 대한 감정은 주관적이라 제 취향에 맞춰 세팅을 하면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카페를 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윗층은 살림집으로, 1층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공간으로 꾸미자 싶었던 두 사람은 어차피 음악을 듣는 곳인데,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희는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니예요. 그냥 음악과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하는 이들이 꾸린 편안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카페를 찾는 분들과 스피커와 음악에 대화를 나누며 많이 배우기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간이 좁기는 하지만 소리를 따스하게 품어주는 것 같아 더 좋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직접 음반을 가지고 오셔서 7시간 씩 음악을 듣고 가시곤 해요. 이 스피커 저 스피커 들어보면서요.”

이 곳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재즈 음악을 주로 틀어두지만, 밭일하다 들어와 커피를 시키는 동네 어른들이 요청하면 트로트도 들려준다. 두 사람은 또 이 공간이 시골 아이들의 근사한 음악교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아버지에게 선물받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던 윤 씨는 그 때의 ‘첫 경험’ 이후 음악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줬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어릴 적 음악을 접하면 정말 행복해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공연도 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쌓게 해주고 싶어요. 또 동료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음악공연 등도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고 싶습니다.”

지금도 듀엣 ‘윤조에센스’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은 2019년 늦게 얻은 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준 데 대해 감사하며 함께 곡을 쓰고 연주하고 노래한 ‘여기 함께 있으니’를 음원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아빠가 물려주신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면 지금도 아빠가 곁에 있는 것같아요. 당초 저희가 개인적으로 쓰려던 공간에서 느끼는 행복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 공간입니다. 큰 기대를 갖고 오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웃음). ‘우리 거실에 놀러오셔서 음악 들으세요’라는 컨셉이니, 편한 마음으로 즐기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윤 씨가 남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터라 평일 바리스타 역할을 하며 카페를 지키는 아내 조 씨의 말처럼 ‘음악이 흐른다’는 ‘멋진 친구집에 초대받아 함께 음악을 나누는 기분’으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오픈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일요일에는 청음회만 진행.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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