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MOIZ, ‘미래 기념비 탐사대’ 발간 북콘서트
20일 광주여성가족재단…낭독공연도 진행
연극·전시 책으로 꾸준히 ‘5월 광주’ 조명
사람들은 이 공간이 다양하게 쓰이길 바랬다. 누군가는 건물 외관을 그대로 살려 플라워 카페 등이 있는 거대한 화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사한 꽃과 나무로 장식돼 생명력 가득한 이 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그날’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기억 정원’으로 자리잡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누구는 젊은 청년들을 위한 예술공간을 꿈꿨고, ‘병원’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공동체 삶’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1980년 당시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살려낸 광주천변 옛 적십자병원(5·18 사적지 11호로 )의 활용방안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은 지난 2019년 열린 아카이브 프로젝트 ‘나가 어찌케 살면 좋겠어요?’에서 나왔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창작그룹 MOIZ는 5·18을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오월 광주’가 ‘박제된 역사’가 아닌, 미래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있는 ‘오늘의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MOIZ의 행보는 의미있다. 첫 기획이었던 전시에 이어 지난해에는 다큐멘터리 연극 ‘미래 기념비 탐사대’를 무대에 올렸고, 올해는 연극 과정과 후일담 등을 담은 동명의 책을 발간하고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MOIZ는 ‘우리의 틀을 직접 만든다’를 모토로 시각예술, 음악, 글, 연출,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대 청년 도민주·양채은·문다은·전하선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이다. 책 작업은 전하선씨를 제외한 3명이 진행했다.
MOIZ는 ‘기억 방식’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왔다. “‘기념’을 통해 5·18을 감각해야 한다면 내가 겪지 않은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을 연결지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하고, 5월을 겪은 사람과 겪지 않은 사람이 공존하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오후 7시30분 광주여성가족재단 북카페 은새암에서는 ‘미래 기념비 탐사대’ 발간 기념 북콘서트 ‘20대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5·18과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기념방식’과 낭독공연이 열린다.
지난해 서울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 공모에 당선돼 무대에 올린 다큐멘터리 연극 ‘미래 기념비 탐사대’는 1980년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기존 예술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5월을 직접 겪지 않은, 현재 광주에서 살고 있는 20대 여성들이 ‘5월 광주’를 어떻게 인식하고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 발언하고, ‘탐사대’ 형식을 빌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까지도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형식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파티장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MOIZ의 바람이 담겼다. 사람들이 파티에 온 것처럼 즐겁게 참여해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이다. 이번에 발간된 250페이지 분량의 책에는 연극 창작 과정(5월 사적지 리서치, 5월 당사자 인터뷰, 창작자 일기), 공연 대본, 관객과의 대화, 관객설문, 창작자의 회고담 등이 실렸다.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책에 실린 연극 대본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MOIZ의 양채은씨는 “하나의 작업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질문이 계속 이어져 다음 작품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5·18을 키워드로 작업 방향을 확장해 또 다른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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