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3명이 차량 훔쳐 도주극
고의 교통사고 내고 보험사기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 고3생
성매매 약점 이용해 금품 갈취
5대 범죄 미성년자 검거
광주 매년 1500여명 달해
가벼운 처벌 악용 재범 일쑤
무면허·뺑소니, 강·절도, 보이스피싱, 성매수, 공갈 등. 10대 범죄가 성인들 못지않다. 특히 중·고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시기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청소년들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목포경찰에 최근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힌 여중생 A(14)양 등 3명은 지난 8일 오후 도로변에 문이 열린 채 주차된 스포티지 차량을 그대로 몰고 달아났다. 미숙한 운전을 의심한 신고 전화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아났다. 영화에서처럼 추격전이 벌어졌다. 1시간 40분 가량을 목포 시내를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 순찰차도 들이받았다. 경찰에게 붙잡힌 3명 중 2명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다.
경찰들 사이에서 이정도는 가벼운 범죄라는 말이 나온다.
절도 등 차털이에 이은 차량 절도와 무면허 운전에 뺑소기는 기본. 보험사기·보이스피싱·성매수 공갈까지 성인 범죄 뺨칠 정도로 대담한 범죄 행각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돈만 되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도 문제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12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광주에서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를 저질러 붙잡힌 미성년자는 2018년 1623명, 2019년 1536명, 지난해 1531명 등으로 꾸준하다. 절도 범죄가 58.0%를 차지하지만 폭력 584명, 강간 55명, 강도 4명 등도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B씨 등 7명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휴대전화 어플로 ‘조건만남’을 하려는 성인 남성을 유인, 미성년자와 성매매하려한 약점을 이용해 10여차례에 걸쳐 2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광주·목포·성남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질렀고 “미성년자와 성매매하려했던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 피해 남성들에게 25만~500만원까지 빼앗았다. 이들 모두 돈을 벌기 위해 범행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청소년들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또다른 범죄는 보험사기였다.
지난해 11월 전남경찰에 보험사기 혐의로 붙잡힌 일당 30명 중 11명이 10대 였다. 이들은 교통법규 위반이 자주 발생하는 도로 길목을 정해놓고 기다리다 위반한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으면서 보험금을 받아챙기는가 하면, 아예 두 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공모해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들이 받아챙긴 보험금만 1억원이 넘었다. 청소년들은 한 번에 30만원씩 받을 수 있는 ‘고액 아르바이트’에 쉽게 범행에 가담했다.
보이스피싱도 인터넷에 미성년자들에게 ‘꿀알바’로 인식되고 있다. 고교 3년생인 C군은 지난해 5월 보이스피싱으로 고액을 벌 수 있다며 스스로 SNS를 뒤져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자원해 18일 만에 12명에게 1억7800여만원을 가로채 조직에 넘겼다. 고작 3%의 수수료를 벌겠다며 나이 든 노인들이 애지중지 모아둔 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네고 용돈을 받아 챙긴 것이다.
지난해 1월 광산경찰에 붙잡힌 중학생은 사흘 동안 모두 세 차례 금은방에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지만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니 빨리 풀어줘라’, ‘미성년자를 이렇게 계속 붙잡아둬도 되는 거냐’며 항의하기도 했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자신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가벼운 처벌을 받는 다는 점을 악용 하고 있다”면서 “또 청소년 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 재범으로 범행을 저지를수록 더 범죄는 대범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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