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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내 아이 죽음 10년 지났는데…학교현장은 바뀐게 없어”

by 광주일보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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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만난 ‘학폭 극단 선택’ 고 권승민 군 어머니 임지영씨
2012년 ‘권승민법’ 제정됐지만 피해자 중심 대책 제대로 없어
주변 학생들 폭력 방관 안타까워…교사들이 더 관심 가졌으면
광주 피해자 유족들, 아들의 죽음 잊혀지기 전에 억울함 풀어야

 

지난 10일 오후 2시께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에서 지난 2011년 학교폭력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57)씨가 광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 아이 죽음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달리 바뀐 건 별로 없죠.”

10년 전인 지난 2011년 12월 20일, 같은 학교 또래 학생들의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57)씨는 이렇게 말했다.

권군 어미니 임씨는 지난 10일 대구에서 광주일보와의 2시간 가까운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건 학교를 안전하게 다니다 졸업하는 것, 그 뿐”이라며 “그런데 대한민국에 그런 학교는 없다”고 했다.

임씨는 최근 학교폭력에 고통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광주지역 고교생 A군의 사연을 접하고 “대한민국에는 학교폭력을 끊어낼 만한 근본적이 대책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광주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고등학생이 남긴 유서를 보니 우리 아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학생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지 (나는) 예상이 된다”고 했다. 해당 고교생이 세상을 등지기 전 남긴 유서를 통해 고마운 친구들의 실명을 적고 학교폭력으로 힘들었던 내용을 기록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유족들은 지금 슬퍼할 때가 아니다. 아들의 죽음이 세상에 잊혀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임씨의 아들 권군은 2011년 12월 금품갈취·폭행 등 동급생들의 상습적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권군이 남긴 유서 전문,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엘리베이터에 쭈그려 앉아 눈물을 닦는 CCTV 카메라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촉발됐다.

 

승민군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지난 2012년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으며,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발표한 담화문 중 일부. /대구=정병호 기자 jusbh@

정부는 권군 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학교폭력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이듬해인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을 바꿨다. 이른바 ‘권승민법’이다. 또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마련했다.

10년이 흐르면서 학교 현장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임씨에게 10년 전 아들의 죽음으로 국가적 차원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마련된 이후 현장의 변화를 체감하는 지 물었다.

임씨는 “승민이 죽음 이후 범정부차원 대책이라며 법안도 바뀌고 각종 제도도 무수히 쏟아졌다”면서 “WEE클래스, 학교폭력전담경찰관 등 새로 생겨난 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사건의 중심에는 피해자가 있어야 하고, 모든 절차가 피해자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 임씨 지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임씨가 학교폭력 사건의 진행 과정을 비유한 말이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학교를 안전하게 다니고 졸업하는 것. 그것 뿐”이라며 “그런 학교는 대한민국에 없다”고 할 때에는 임씨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임씨는 “가해 학생은 가벼운 처벌을 받고 학교로 다시 돌아와 또래 사회 안에서 한 계단 올라서고, 피해자는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학교폭력의 기형적인 현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아이들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는 모습만을 지켜봐왔다, 피해자들은 맞다 버티지 못하면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변 학생들도 학교폭력을 묵인하는 방관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임씨 얘기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서둘러 끝내려고 하다 보니 피해자 회복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상태라며 학교폭력 대응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임씨 설명이다.

임씨는 “피해자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는 졸속 법안 때문”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고쳐대는 땜질 식 법안은 그만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임씨는 고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그는 “학생들을 매일 만나는 선생님이 관심만 갖는다면 학교폭력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면서 “교사들은 무엇이 교육의 본질인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최근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내놓은 ‘여섯개의 폭력’이라는 책을 통해 “교사들이 잘해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다. 작은 사건이라도 은폐하거나 축소하면 안된다”고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임씨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개선도 주문했다. 학생들이 관심조차 없는 일회성 시청각 교육 대신, 역할놀이 등 정규 수업을 통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다른 학생이 또래 학생을 괴롭히는 비인간적 행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고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김민석·정병호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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