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죽음 학폭 실체 드러나나
유족에 피해 동영상 등 제공
부모 “자녀 원통함 풀어달라”
‘가해자 엄정 처벌’ 국민 청원
또래 학생들의 오랜 폭력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광주일보 7월 5일 6면〉자녀의 원통함을 풀어달라는 부모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고교생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이 덮어질 것을 우려한 친구와 학부모들이 침묵하지 않고 부모에게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는 등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며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랜 기간 지속된 학교폭력의 실체가 드러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엄정한 처벌을…” 부모 청와대 청원 올려=6일 광주광산경찰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지난 5일 올라온 지 이틀 만에 5만9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요건(100명 동의)를 충족하기 전부터 SNS로 퍼져가면서 동의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청원은 현재 사전동의요건을 충족해 관리자가 검토중인 상태다.
고교생의 아버지는 글에서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간다던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인근 산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받고, 수 년간 학교폭력을 견디다못해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아버지는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말하던 아이인데, 속으로 고통을 참고 견디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썼다.
아버지는 “가해학생들이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십시오”라며 “아들의 억울함을 풀고 학교폭력이 없는 세상이 오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올렸다.
◇“이대로 묻혀서는 안된다” 목소리 내=고교생의 극단적 선택이 학교폭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덮혀서는 안된다는 친구·학부모의 움직임이 뒤늦게나마 학교폭력 사태를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가 학교폭력의 전말을 밝혀낼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광산경찰은 오는 7일 해당 학교를 찾아 피해 학생과 같은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친구·학부모가 부모에게 알리며 밝혔다는 점에서 이미 확보한 괴롭힘 동영상 외에 추가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방관’, ‘침묵’의 균열이 깨지고 있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광주시 광산구 어등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교생 A군의 유족은 발인을 하루 앞두고, 아들 친구의 부모로부터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전해들었다.
유족은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례식장에 많은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오셨는데, 한 학부모님이 찾아와 보여 준 동영상에서 우리 아이가 또래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며 “이 동영상을 보고 우리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고 테블릿 PC에 남긴 유서를 통해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안녕’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유서를 봤지만 슬픔에 잠겨 한 줄을 채 읽지 못했었다. 이후 동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읽어보고 ‘학교 폭력을 당해 서러웠는데 친구들 덕분에 다닐 수 있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발인 날 우리 아들을 옮기려고 했다(운구)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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