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배치 후 16개 학교 전담
5개월간 단 한차례 방문 그쳐
필요할 때 도움 요청 어려워
코로나 비대면 교육 일반화에
학교·학생 상담 사실상 손 놓아
또래 학생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교생〈광주일보 7월 5일 6면〉이 다니던 학교의 학교폭력 전담경찰관(SPO)은 올 들어 사건 당일까지 해당 학교를 단 한 차례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해당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실태를 감지하지도 못했고 학생들이 필요로 할 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10년 전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담당 학교·학생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경찰과 학교 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광주광산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 A군이 다니던 학교의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은 지난 2월 해당 학교를 맡게 된 뒤 지금까지 고작 한 차례 학교를 찾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 초인 지난 3월 열린 위기관리위원회 회의 때 위원으로 참석한 게 전부였다.
학교폭력 전담경찰은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가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폭력 등 범죄예방교육, 학교 학생·학부모들이 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맡는다. 학교를 찾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업무 자체가 이뤄질 리 없다.
이 학교 전담경찰은 모두 16개 학교를 맡았다. 하루 1개 학교씩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치상으로는 한 달이면 20개 학교를 둘러볼 수 있지만 실제 이뤄지진 못했다.
여기 뿐 아니다. 광주 5개 경찰서의 SPO는 29명으로, 이들 1명 당 담당하는 학교 수도 10개를 넘는다. 29명이 광주지역 초·중·고 314개를 책임지는 셈이다. 광산경찰의 경우 초등학교 45곳과 중학교 27곳, 고등학교 17곳, 위탁특수학교 12곳을 합해 99개의 학교를 7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전담 경찰이 밀착해 학교 실태를 파악하고 정보를 입수하면서 신고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산경찰 관계자는 “코로나로 부득이 학교 방문이 어려워 ‘핫라인’을 통해 위기청소년과 상담이 필요한 학생, 자문단 소속 학생 등 3명에 대한 상담을 진행중”이라며 “학교폭력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감에 담당 경찰관도 괴로워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비대면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학교·학생 상담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과 직접 학생들을 대면할 수도 없는 현행 제도로 인해 무늬만 ‘전담’경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PO의 제도적 배경은 늘어나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력과 재정의 한계가 있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학교전담경찰관이 밀착형으로 학교에 깊숙이 개입 하고 전념할 수 있어야 효과를 볼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현재와 같이 운영되는 SPO는 학교폭력에 선제적 예방 효과보다는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하기 위한 제도로 변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광산경찰은 7일 전수조사를 실시해 추가로 학교폭력의 실태를 파악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중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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