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난 인연’전 29일~8월15일 광주시립미술관
김환기·오지호·이응노·이중섭·임직순 작품 30점 전시
벌거벗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인 이중섭의 ‘은지화(銀紙畵)’(8.9㎝×14㎝)에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담겨 있다. 가난 속에서도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 마음을 고스란히 새겼다. 김환기 작품 속 ‘푸른빛’과 ‘달항아리’는 그의 고향 신안의 푸른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4월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돼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컬렉션’이 29일부터 공개된다. ‘아름다운 유산-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을 주제로 오는 8월15일까지 미술관 제 5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김환기(1913~1974), 오지호(1905~1982), 이응노(1904~1989), 이중섭(1916~1956), 임직순(1921~1996) 등 5명의 작품 30점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중 고흥 출신의 천경자(1924~2015) 화백을 비롯해 김기창(1914~2001), 서세옥(1929~2020), 백영수(1922~2018)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한국근현대미술사(史)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이건희컬렉션 중 이중섭의 작품은 모두 8점이 전시된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은 이중섭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담배종이에 못으로 긁어 그린 은지화는 그의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전시작들은 은지화 초기인 1940년대 작품과 1950년대 제작된 것들이다. 1940~1943년까지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9㎝×14㎝)는 천방지축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꽃과 새, 산과, 연 등이 담긴 작품으로 어린아이 같은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들이다.
작품 ‘우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130억원)를 기록한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유화 4점과 드로잉 1점 등 모두 5점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초기 화풍을 엿볼 수 있는 1950년대 달항아리 작품을 비롯해 푸른빛이 인상적인 ‘26-1-68’, 수없이 교차되는 선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대작 ‘30-Ⅲ-68#6’(121.3㎝×85.6㎝) 등이다.
호남 서양화단을 탄탄히 했던 오지호·임직순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오지호의 작품은 1960·70년대 제작한 ‘추경’, ‘설경’, ‘만추’ 등 풍경 4점과 ‘정물’ 등 5점이 전시된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임직순 화백은 오지호의 뒤를 이어 1961년 조선대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하며 많은 후학을 길러낸 작가로 전시에서는 의자에 앉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1978년 작 ‘포즈’를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작품이 가장 많이 기증된 작가는 이응노 화백이다. 광주·전남과 연고는 없지만 프랑스에 거주하며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광주 시민들의 시위 모습을 담은 ‘군상’시리즈를 통해 광주를 기록해온 작가다. 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군상’시리즈 3점과 전세계 미술계의 호응을 받았던 ‘문자추상’ 경향의 대작 2점이 전시된다.
또 말, 염소, 닭을 소재로 한 수묵화 5점, 말년에 제작한 수묵담채산수화 작품 1점 등 총 11점을 만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소장작 중 근현대 대표 작가의 작품은 6전시실에서 소개된다. 전시에서는 1970년대 실험을 통해 동양화라는 매체를 넘어서는 다채로운 시도를 한 천경자 화백을 비롯해 한국화의 추상표현과 한국성의 조화를 시도한 김기창, 한국 서양화 추상표현 기틀을 제시한 신사실파 작가 백영수, 남관, 서세옥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의 노스탤지어 등 디아스포라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북한 출신 작가 최영림(1916~1985)과 황유엽(1916~2010)의 작품도 전시된다. 월요일 휴관. 무료 관람.
한편 김환기·오지호·천경자·임직순·오지호·유영국 등 9명 작가의 21점을 기증받은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1일부터 작품을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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