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도영 작가에게 그림은 ‘그리움’과 동일어다. 작품을 그릴 때마다 늘 사랑으로 감싸줬던 부모님과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화사하고 서정적인, 때론 동화적 느낌도 나는 그녀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꽃과 항아리는 어린 시절 언젠가 꽃을 쥐어주었던 아버지와 보물상자처럼 항아리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꺼내주던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자유분방하게 이곳 저곳에 몸을 의탁하는 ‘새’는 작가 자신을 나타낸다.
김도영 작가 개인전 ‘시(詩)적인 삶의 여정’이 오는 7월11일까지 드영미술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 2018년 무등산 자락에 드영미술관을 오픈하고 청년작가 기획전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김 작가는 2018년 미술관 정식 개관 전 진행했던 ‘드영, 무등에 피어나다’전 이후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1전시실에서는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해왔던 스타일의 작품이, 2전시실에서는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 걸렸다.
2전시실에서 만나는 작품은 100호 대작 ‘My Utopia’ 등 지난해부터 ‘신문지’를 활용해 새롭게 시도해 본 것들이다. 기사, 광고, 사진, 일러스트 등이 어우러진 신문지는 훌륭한 작품 재료가 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시도하며 한 작품 한 작품 완성해나갔다.
“코로나 19로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신문을 더 자주 보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문화 관련 기사나 코로나 기사를 꼼꼼히 보는 데 그쳤는데 어느 순간 신문지에서 수많은 ‘색’과 다채로운 ‘글자 모양’이 눈에 들어왔어요. 신문지로 작업을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고, 제 유화 작업과 매치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신문지를 접어 화면에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고 이어 1㎜ 정도로 가늘게 잘라 캔버스에 일일이 부착했다. 때론 의도가, 때론 우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색감과 화면 구성이 ‘또 다른’ 조형성으로 다가왔고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얇게 자른 신문지 가닥을 꼬아보기도, 딱지처럼 접어보기도 하고 항아리, 새 등의 곡선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 오색실을 활용했다. 또 꽃그림의 미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지를 이용하는 등 새로운 오브제들을 추가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밖에 유화 그림과 신문지 작업을 화면에 동등하게 배치하기도 하고, 그림을 바닥에 감추고 신문지 작업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등 변화도 모색했다.
“재료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결국 제 그림의 주제는 과거의 추억과 아름다운 기억들이예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구요. 제 자신이 작품을 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는데,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김 작가는 기존 유화 작업과 함께 신문지 작품도 대작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또 미술관을 지을 때 모아둔 자투리 나무들을 활용해 또 다른 시도도 펼쳐볼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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