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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광주의 모태’ 광주천의 역사와 기억

by 광주일보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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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사민속박물관, 24~8월 29일
기획전 ‘광주천: 대추여울의 시간’
생활사 관련자료 80여점 전시

 

1928년 가설된 광주대교를 배경으로 빨래하는 아낙과 물놀이하는 어린이 모습, 도시제사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굴뚝 연기가 이채롭다.

“물을 빼고 역사를 쓴다는 것은 역사의 상당 부분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역사는 그렇게 메마른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생태학자 도널드 웹스터의 말이다. 그의 말은 강과 하천, 바다 등 물길은 곧 사람의 역사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역사의 물줄기는 퍼내면 퍼낼수록 풍성하고 그것의 ‘젖줄’은 실직적인 물에서 연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천은 광주 역사의 모태다. 1919년 광주 최초 3·1운동,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행진, 1980년 민주주의 항거 등이 모두 광주천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비단 항거와 정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 것은 아니다. 광주천은 서정적이며 낭만이 깃든 물길이었다.

광주천의 오래된 이름 가운데 ‘대추여울’이라는 뜻을 지닌 ‘조탄’(棗灘)이 있다. 문헌에 따르면 인근에 유려한 대추나무가 있었던 까닭에, 혹은 석양 무렵의 광주천 물길이 대추알처럼 일렁인 데서 비롯됐다고 보인다. 실제 볕이 좋은 날, 고운 햇볕을 받은 반짝이는 광주천의 물결은 일렁이는 대추알을 보는 것처럼 따사롭고 아름답다.

광주천을 모티브로 광주천 역사와 기억, 물줄기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기획한 ‘광주천: 대추여울의 시간’이 그것. 오는 24일부터 8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광주천에 기대어 살아온 빛고을의 오늘과 내일에 초점을 맞췄다. 모두 80여점의 생활사 자료들이 선보이며 문헌자료 등도 소개된다.

먼저 1부 ‘광주천의 기억’은 광주천 공간들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지 조명한다. 특히 3·1운동의 진원지였던 지금의 부동교 근처의 작은 장터를 담은 사진은 눈에 띈다. 빛바랜 풍경 속에 광주리를 이고 젖먹이를 들처업은 아낙네와 적삼바지를 걷어 올린 촌부의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주위에 늘어선 난전과 올망졸망 한 초가집의 풍경은 시간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역류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제2부는 도시 형성의 토대와 맞물린 광주천 역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변화하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고려시대 말 광주천 둔치에 광주읍성이 들어선 이래, 지난 600년 시간은 광주천을 중심으로 광주의 지난한 역사가 펼쳐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광주읍성을 건설할 당시 광주천에서 끌어온 물로 방어용 수로(해자)를 채우고 농업용수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유당전서’, ‘증보문헌비고’ 등의 자료가 이를 방증한다.

또한 1920년대 중반 직강화 공사 이후 변화를 맞은 천변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기의 광주는 광주천 자연제방을 따라 발전했는데 오늘의 충장로, 금남로가 광주천과 평행선을 이루는 것은 그러한 연유다.

 

큰장이 열렸던 광주천의 풍경.

광주천의 발원지 용추계곡은 무등산의 남쪽 자락, 지금의 동구 용연동에 자리한다. 이곳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를 일이 없으며, 심한 가뭄에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제3부 ‘광주천 물줄기를 따라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구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용추계곡에서 발원한 하천의 맑고 깨끗한 영상과 물결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전시장에서 만나는 것도 이채롭다.

옛 흙다리였던 노지다리를 재현한 구조물을 비롯해 사진으로 광주천 다리를 체험할 수도 있다. 발산마을에서 임동방직공장을 이어주던 뽕뽕다리, 학동시장과 방림동을 잇는 ‘밋밋교’가 그것이다. 옛 방림동을 ‘밋밋들’이라 부른 데서 연유한 이 다리는 1960년대까지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을 이용한 전형적인 뽕뽕다리였다.

이밖에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던 광주대교 사진도 눈길을 끈다. 1928년에 가설된 광주대교 너머로 당시 도시제사공장(道是製絲工場)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묘한 대비와 아울러 낯선 느낌을 환기한다.

제4부 ‘광주천의 오늘과 내일’은 수질 뿐 아니라 서식하는 동물들의 분포 등 광주천의 다양한 면을 생각해 보는 코너다. 광주천 생태도 그려보고 광주천에 대한 단상을 담은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혹여 광주천이 시민들에게 홀대를 받는 공간이 아닌지 되짚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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