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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성종은 왜 공신과 사림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을까

by 광주일보 202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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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조선왕조실록4-세조·예종·성종 - 이덕일 지음

조선의 왕조는 장남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세조의 뒤를 이은 예종이 재위 1년 만에 승하했을 때 보위에 오른 이는 적자가 아니었다. 만 세 살이었던 제안대군이나 세조의 장손 월산대군이 왕권을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와 구공신들은 월산대군 동생 자을산군(성종)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그들은 왜 적자와 장손을 제외하고 다른 이를 보위에 앉혔을까.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되돌릴 수 없는 데다 이전과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역사는 가장 탁월한 미래학’이라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사료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대중과 호흡하는 역사서를 써왔다.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를 시작으로 줄곧 한국사에 숨겨져 있거나 뒤틀린 부분을 자신만의 감각과 문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조선 왕 독살 사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는 그러한 결과물이다.

남이를 싫어했던 예종은 그를 제거해 신공신 세력을 몰락시켰고 그로인해 공신 제어에 실패했다. 1467년 남이가 이시애 난을 진압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 ‘등림영회도’.

 

이번에 발간된 ‘조선왕조실록4-세조·예종·성종’은 부제부터 눈길을 끈다.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은 나락으로 떨어진 백성들의 삶을 토대로 온갖 특혜를 누렸던 특권층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왕조실록’은 500년 정신이 담긴 위대한 사료다. 일반적으로 ‘조선은 낙후되고 정체된 나라’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 식민사학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붕당과 당쟁의 폐해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518년이라는 긴 시간 왕조가 유지됐던 것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기록 유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제도, 다시 말해 시스템과 정신에서 기원을 찾는다. 

연산군 때 선비들이 화를 당한 ‘사화’(士禍)를 사관들이 당한 ‘사화’(史禍)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임을 당한 이들 대부분이 사관들이어서 그런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조카인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은 세조는 권력의 토대가 허약했다. 공신들의 도움 없이는 통치기반을 굳건히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세조의 권력은 공신들과의 연합정권이었다. 그는 보위를 찬탈한 후 공신들에게 전리품을 하사했다. 관직 매매권과 토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단종 측과 사육신의 아녀자들까지 ‘배분’했다. 신숙주는 단종의 왕비까지 노비로 달라고 요청을 했을 정도다.

세조가 자신의 편에 섰던 공신들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은 권력의 속성 때문이었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이 예에서도 통용될 수 있겠다. 자신이 왕권을 빼앗은 것처럼 누군가에 의해 자신도 죽임을 당할 수 있음을 의식했다. 그는 공신을 견제하기 위해 이시애 난을 진압한 귀성군 이준 등을 신공신으로 삼아 조정에 포진시킨다. 물론 그렇다고 구공신 세력을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세조 뒤를 이은 예종은 왜 재위 1년 만에 의문사했을까? 그는 아버지 세조와 달리 과감하게 공신을 척결했다. 관직 매매는 물론 백성들 세금을 대신 내고 나중에 서너 배로 돌려받는 대납도 금지했다. 공신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조치는 어머니 정희왕후의 친정 집안까지 미쳤는데, 예종이 의문의 독사를 당했지만 정희왕후와 공신들이 이를 무시한 것은 저간의 내력과 관련 있어 보인다.

열두 살에 왕이 된 성종은 숙부의 의문사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처음엔 어느 정도 구공신들의 의견을 따랐지만 나중에는 사림을 기용했다. 정치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했던 성종도 그러나 여성 부분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여성 편력은 왕비 윤씨와 충돌로 이어졌고, 후일 인수대비와 정희왕후 등 왕가 여인들이 나서 왕비를 폐위하는 사건으로 번졌다. 결국 성종은 연산군이라는 불안한 유산을 남긴 채 눈을 감는다.

저자는 묻는다. 중대한 기로에서 역사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고.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과 선택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다산초당·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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