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홍 작가는 그동안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를 발표했다. 이번에 펴낸 첫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는 그 주제의식이 스페인 문학의 걸작 ‘돈키호테’를 닮았다. 한편으로 박민규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신선한 저항성을 떠올리게 한다.
김홍 작가의 가장 큰 무기는 이야기 소재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소설에서 구사하는 유머가 A급인지 B급인지 서사의 진행이 ‘문학적’인지 아닌지 검열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김홍의 문학이 한국문학의 영역을 다시금 확장하고 있다고 본다.
김홍 소설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루저’들에게 넘겨준다는 것이다. 작가가 구사하는 인물들은 실패에 가까운 이들이지만,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기꺼이 인생을 던지는 돈키호테와 가깝다. 그렇다고 결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은 미약하지 않다.
표제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의 주인공 해수는 아무것도 아닌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인생을 던진다. 고아가 된 해수를 돌봐주는 동네 아저씨 크리스 해밀턴은 생전 트럼펫을 불어본 적 없으면서도 트럼펫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해수는 오류 생성을 막으려는 ‘연방 트럼펫 주자 관리 위원회’ 압박에 맞서 자발적 디아스포라가 돼 일본으로 떠난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과장해 부각시킨다. 다소 허황되고 유치한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에 애틋함과 섭섭함, 아련함을 선사한다. 작가 김홍을 일컬어 ‘웃음 해방꾼’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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