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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73세에 장편 소설 펴낸 박인순 작가 “절망적이었던 40대에 문학이 한줄기 빛”

by 광주일보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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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21번 바꾸면서도 놓지 않은 꿈 “열정으로 산 세월 여한없어”
고전 읽기·메모하는 습관이 ‘귀한 스승’…광주문협 이사로 활동

그동안 가정 경제를 위해 21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은 73세 할머니가 있다. 그 할머니가 이번에 장편소설을 발간해 화제다. 주인공은 박인순 수필가.

나주 출신 박 작가는 최근 ‘그 남자의 침묵에 신의 눈물이’(지식과 감성)를 펴냈다.

“저는 내일 생의 종말을 맞는다 해도 크게 여한은 없습니다. 단순한 물리적 나이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꿈을 잃지 않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붙들었으니까요.”

현재 광주문협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7년 고희 때는 수필집 ‘어느 날 거울 앞에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와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사는 동안 온갖 시련을 겪었지만 “문학이 삶의 의지가 됐다”고 한다. 특히 다양한 고전 읽기와 메모하는 습관은 삶에 있어 귀한 스승과도 같았다.

그는 “남들은 빈칸이 부족할 만큼 스펙이 화려하지만 저는 어디에 명함 한 장 내밀만한 이력이 없다”며 “예순이 다 돼 시작한 문학도 출판비가 없어 첫 수필집을 70세에 비로소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못 배운 것이 자랑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는 것이 수치라고 말한다. 경험에서 얻어지는 후천적 사고가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는 얘기다.

“더 이상 떨어질 것도 넘어질 것도 없었기에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고 글쓰기에 몰입했어요. 물론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희망과 꿈은 나이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이번 소설를 쓰면서도 생계 때문에 두 개의 일을 해야 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꼬박 4년의 시간이 지났고 마침내 출간된 책을 접했을 때는 남모른 감회에 젖었다.

40대 때는 사는 것이 힘들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여동생에게 형제를 맡아 달라고 유언을 하기도 할 만큼 힘들었지만” 그러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문학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인생이란 ‘붓’을 들고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했었죠.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두발로 서서 글을 쓸 수 있는 행운을 갖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문학은 삭막했던 제 인생에 빛을 비춰주었구요.”

이번 작품은 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보편적인 윤리와 상식을 초월하는 자애로운 가족의 이별과 해후”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과 아버지로 30년을 후회없이 사랑과 책임을 바치고 ‘남은여생은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떠나는 중년 남성을 그렸다. 존엄과 행복, 이해와 배려, 진실과 같은 묵직한 주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오는 9월 사직공원과 노대동 물빛공원에서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부족하지만 틈틈이 작품 창작도 병행해 작가로서의 삶도 충실히 살 계획이다.

“‘진실한 사랑이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배려에 신의 해답이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소설이지만 오랫동안 매달렸던 작품이라 후회는 없어요.”

한편 박 작가는 지난 2008년 ‘수필문학’에 수필, 2011년 ‘문학예술 시’에 시로 등단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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