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보기관의 역사
볼프강 크리거 지음·이미옥 옮김
1970년 냉전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국에서 직접 첩보원 활동을 한 뒤 1960년대부터 스파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존 러카레이의 동명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는 소련 KGB와 내통한 이중 스파이의 존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013년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둘러싼 이야기도 영화 ‘스노든’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스노든이 언론에 넘긴 비밀 문서로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전 세계의 전화를 도청하고 컴퓨터 및 데이터 프로그램을 감찰했는지 단번에 드러났다. NSA가 테러집단 뿐 아니라 지원국을 비롯해 독일 메르켈 총리 등 외국 정상, 평범한 시민들까지 감찰 대상으로 삼은 내용은 전 세계를 분노케했었다.
각 나라가 국내외 정보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오래 지속돼왔다. 특히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을 통해 얻은 비밀 정보들은 세계사를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독일의 역사가로 독일 마르부르크 필리프스 대학에서 국제관계사 교수를 역임한 볼프강 크리거가 펴낸 ‘비밀 정보 기관의 역사-파라오부터 NSA까지’는 비밀리에 행해지는 첩보활동과 고대부터 냉전의 종식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정보 기관의 역사와 이야기를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철저한 문헌 조사와 함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인도차이나반도와 알제리에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비밀 정보 활동이 역사적 배경에서 어떻게 이해되었는지를 심도있게 살펴본다.
책은 정보 활동이란 무엇인지, 스파이란 어떤 사람이지부터 시작해 페르시아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3000여년 동안 이어져온 비밀 첩보활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책은 독일을 위해 첩보 행위를 했다는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 1899년부터 1902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발한 보어전쟁에서 영국이 고전한 이유와 정보력의 관계 등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보전의 모습은 흥미롭다. 비밀정보 활동을 통해 얻어낸 무선 통신의 암호 해독을 통해 수시로 바뀌는 전세(戰勢), 히틀러 정권을 반대했던 독일 내 군부의 움직임과 히틀러 암살사건에 얽힌 이야기 등이다. 또 철권통치자였던 소련의 스탈린이 나치 독일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정적 트로츠기와 투쟁하기 위해 비밀정보부를 활용한 사례 등도 만날 수 있다. 그밖에 현재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밀 정보 업무와 사이버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책은 비밀 정보 업무로 인한 인권과 시민권의 침해, 정치적 통제를 넘어서는 활동에 대해 제어가 어려운 상황 등 비밀 정보 활동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등도 심도있게 분석한다.
<에코리브르·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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