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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광주 첫 파키스탄 가족 난민 인정…“귀국 땐 박해 받을 가능성”

by 광주일보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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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 주도 정당 책임자 정부 박해 피해 가족과 한국행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버티다, 민변 광주지부 지원으로 소송
1심 기각 → 2심서 인정 … ‘불허’ 광주출입국사무소 ‘당혹’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파키스탄 출신 가족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 가족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된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난민 인정을 한 사례도 전혀 없었고 광주 법원이 난민 신청 사건을 받아들인 것도 전무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의모임 광주지부(민변) 등도 향후 대응 방향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출입국사무소는 광주고법의 난민 인정 판결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난민 인정, 광주 법원 첫 사례=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 1부(수석부장판사 최인규)는 A씨 가족 등 4명이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파키스탄으로 귀국할 경우 정치적 견해 등으로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공포에 처해 있다”며 A씨에 대한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파키스탄 상황이 현저히 바뀌어 A씨 가족들에 대한 박해 가능성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또 가족 결합 원칙에 따라 부인과 2명의 자녀들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할 인도적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파키스탄 정권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와 난민 신청을 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는 특정 정당 지역책임자로 재정적 지원 활동을 펼친 점 등으로 같은 해 3월 파키스탄 경찰에게 납치, 고문당해 89일간 입원했었다. 이후 파키스탄 테러방지 특별법원은 2015년 4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정당 활동을 그만두라는 협박 편지·전화와 신체적 위협을 받았고 경찰이 직접 찾아와 위협하는가 하면, 비슷한 활동을 하다 체포된 사람들이 수십년의 징역형이나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이같은 점 등으로 본국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망명했고 부인도 이듬해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6년 7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면 생명과 안전이 위태롭게 된다며 난민 신청을 했지만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불허 판단을 내렸다. 이들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낸 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 2018년 둘째가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만큼은 난민신청자 신분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법무부도 이의신청을 기각, 이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법원도 “A씨 주장을 믿기 어렵고 파키스탄 사법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해를 받을 것으로 인정할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 가족의 난민 인정 신청을 불허한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감금, 고문, 피신, 체포영장 발부 및 출국 경위 등과 관련된 A씨 주장은 당시 파키스탄 사회·정치적 상황에 비춰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박해받을 상황에 대한 진술은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A씨가 파키스탄으로 송환될 경우 곧바로 체포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파키스탄 테러방지특별법원이 최근 소수정당 대표의 체포를 둘러싸고 빚어진 경찰에 대한 폭력 및 시위 등의 혐의로 정당 지지자 86명에 대해 각 징역 55년을 선고한 점을 감안하면 A씨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죽음 피해 온 한국,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 꿈 눈 앞에=‘난민신청자’인 이들의 한국 생활도 호락하지 않다.

이들은 난민 신청으로 임시비자(G-1)중 난민신청자에게 주는 비자(G-1-5)를 받고 광주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당장, 한국에서 생활할 집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난민신청을 하면 적십자에서 지원해주는 300여만원을 보증금으로 집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보증금이 나눠서 지급되는 바람에 숙소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급하게 도망치듯 떠나온 터라 파키스탄에서 조금 가져온 돈도 다 썼고 아르바이트로 가족 생계를 유지해야 했지만 ‘난민’ 신분으로 할 일은 1~3개월짜리 단순노동이 전부였다. 화훼농장 등에서 해본적 없는 막노동에 온 몸이 아파도 병원 갈 돈도 없었다고 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어 최근에는 수입 없이 하루하루 버텨왔다는 게 소송을 지원한 민변측 얘기다.

이들은 특히 3개월마다 ‘난민 인정 소송 진행중’이라는 것을 증명하느라 힘들어했다는 게 변호인측 설명이다.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지난 2018년부터 3개월마다 비자 갱신비(1인당 6~8만원)를 마련해야 하는데다, 자칫 본국으로 쫓겨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견뎌내야 했다는 것이다.A씨 변호인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도 얼마나 비자를 연장해야할 지 몰라 약을 살 돈도 아꼈다”고 말했다.

민변 광주지부도 이같은 점을 들어 이들 소송을 지원하고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소송인지대와 송달료 등을 지원하는 등 이들 가족과 함께했다.

이들 소송을 맡은 김민희 변호사는 “광주에서 난민이 인정된 경우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면서 “난민인정자로 확정되면 비자 변경부터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 가족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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