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에 ‘오월밥집’
1974년 ‘민청학련’ 피해자들
국가 배상금 기부로 식당 열어
전국 각지 100명 1억 후원도
화~토요일 오후 5시부터 영업
“광주 시민은 물론 광주를 찾아오신 모든 분들에게 ‘광주정신’과 맛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오월밥집’에서 함께 모여 새 인연을 맺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새로운 일을 도모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최근 광주시 동구 예술의거리에서 독특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주인만 100명에 달하고, ‘광주정신’과 남도 먹거리로 손님을 맞는 ‘오월밥집’이다.
오월밥집은 (사)광주마당이 주도해서 연 식당이다. 지난 2016년 창립한 광주마당은 지난 1974년 긴급조치 4호로 억울하게 구속당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사건’ 피해자들이 세운 단체로, 무죄판결로 받은 국가 배상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만들어졌다.
광주마당은 지상 1층, 지하 1층 총 2개 층을 기증하고, 시민들이 모여 공익적인 일을 토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다.
이민철(50) 광주마당 이사장은 “‘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다. 사람들이 어울리려면 먹고 마시며 같이 놀아야 하는데, 그 계기를 주고 싶었다”며 “지역민에게는 어울림의 공간으로, 외지인에게는 사랑방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월밥집을 열기 전, 이 이사장은 SNS 등을 통해 후원자 100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1구좌당 100만원씩, 총 1억원을 모금하는 프로젝트로, 후원자들은 식당 ‘주인’으로서 오월밥집 한켠에 비치된 명패에 기록돼 있다. 광주시민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후원이 이어졌으며, 참여자도 최연소 주인 윤송이(3)양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아서 내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뜻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지요. 오월밥집은 먼저 ‘주인’들끼리 교류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공간 구성도 독특하다. 지하에는 4개 방이 마련돼 있는데, 각 방에는 ‘1974’, ‘1980’, ‘1987’, ‘2017’이란 명패가 붙어 있다. 각각 민청학련,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촛불혁명 등 역사적인 날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1층에는 ‘2030홀’이 마련돼 있어요. 2030 청년들이 어울리는 공간이란 뜻도 있고, 5·18 50주년을 맞는 2030년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식당 운영은 조은재(여·30) 청년대표가 맡는다. 이 이사장은 “광주마당 70대 선배들의 기증으로 공간을 마련했고, 40~50대 회원들의 노력으로 오픈 준비를 마쳤으며 20~30대가 경영을 맡는다”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의 장이 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식당은 매주 화~토요일 오후 5시부터 연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단체로 모일 순 없지만, 차츰 단체 탐방객 등을 위한 예약을 받아 낮에도 한시적 운영을 할 계획이다. 수익금은 시민운동 등 공공적인 기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식당의 주인과 다름없습니다. ‘내 집이다’, ‘내 집으로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오시지요. 누구나 편하게 와서 어울리는 ‘마중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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