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하성흡 작가 ‘윤상원’ 특별전“5월 항쟁 증언 약속 41년 만에 지켜”

by 광주일보 2021. 5. 31.
728x90
반응형

6월 13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
유년기·마지막 항전 등 일대기

윤상원, 박기순 열사 영혼 결혼식을 모티브로 한 작품 ‘부활-역사 속에 살아오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성흡 작가.

 

예술가에게는 필생의 작업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며, 음악가 또한 만들고 싶은 곡이 있다. 화가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 어쩌면 모든 예술가는 그 하나의 작품을 위해 지난한 시간을 견디는지 모른다. 가슴에 박힌 ‘못’과도 같은 그 작품을 현실이라는 배경 위에 빼놓지 않고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성흡(60) 화가도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었다. 40년 넘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던 약속의 장면이 있었다. 그는 5월 항쟁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혈기왕성하던,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닐 청춘의 시기였다.

26일 계엄군이 도청으로 진격하던 날 밤, 그는 전일빌딩 골목을 돌아 집으로 내달렸다. 도청 앞에서 열린 시민궐기대회를 마치고 어두운 거리를 돌아나가는 길이었다. “언젠가는 화가가 돼서 오늘의 참상을 증언하리라.” 비록 그것이 합리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되뇌었다.

그날의 풍경은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더욱 또렷하게 내면을 지배했다. “도청에 계신 분들은 모두 다 죽게 될 텐데,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오는 6월 13일까지 열리는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 특별전.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하 작가의 눈빛은 유독 깊었다. 41년 전 모습을 헤아리는 눈빛 이면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게 드리워져 있었다.

“41년이 지나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80년 5월의 상흔은 오랫동안 광주시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의 뇌리에도 41년 전 기억은 탄환처럼 깊이 박혀 있었으니까요.”

‘하성흡의 수묵으로 그린 열사의 일대기’라는 부제처럼 이번 전시는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 있다. 지난 2019년 광산구의 윤상원 열사 현창 사업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공모를 통해 하 작가가 선정됐다.

전시장에는 수묵기법으로 윤상원 열사 유년기를 비롯해 들불야학, 5·18 시민군 대변인, 마지막 항전 등 일대기를 담은 그림이 걸렸다. 120호 크기의 작품 9점과 500호 크기의 작품 3점 등 모두 100여점의 소품이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아시아문화원 담당 직원이 특정 문구를 삭제한 체 홈페이지에 포스터를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큰 행사를 앞둔 터라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생각에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였다”며 “무엇보다 윤상원 열사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정색 자켓, 까만 뿔테 안경은 하 작가의 고뇌어린 시선과 맞물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에게는 역사적인 5월항쟁에서 살아남은 이의 죄의식과 당시 참혹한 광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모두 중첩돼 있는 듯했다.

발포

 

하 작가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1980.5.21. 발포’라는 작품이다. 어떤 이들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 학살’에 비견되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헬기에서 금남로 전일빌딩을 향해 발포가 이루어지고, 도청쪽에서는 계엄군이 거리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하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현장에서 보는 발포를 묘사한 그림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고 무참했다. 아니 참혹했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은 박기순과의 영혼 결혼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다. 작품 ‘부활-역사속에 살아오다’는 수많은 촛불 위에서 두 손을 맞잡은 두 열사의 모습을 잔잔하게 담고 있다. 아울러 6·10 항쟁과 이한열 열사의 마지막 모습,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으로 새롭게 열리는 부활의 세상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내가 과연 그의 불꽃 같은 생애를 해석하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수없이 자문하고 또 자문했습니다. 능력이 없고 자격도 없지만 그러나 이 작업을 하지 않고는 화가로서의 제 삶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짧지만 경이로웠던 윤상원의 삶을 통해 5·18의 진정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

 

 

亞문화원, 하성흡 ‘5월 작품’ 문구 삭제 논란

41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 기간에 5월 정신을 ‘검열·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5·18민주화운동 41주년 일환으로 아시아문화원 문화창조원에서 개최 예정인 ‘역사의 피뢰

kwangju.co.kr

 

5·18 광주 ‘생생’…일본 아사히 신문 사진 247장 발굴

일본의 진보계열 신문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27일자(석간) 1면에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내용을 톱 기사로 게재했다. 특히 톱 기사에는 80년 당시 광주의 상황이 담긴 세컷의 컬러 사진이 편집

kwangju.co.kr

 

충남 아산 거산초 6학년 학생들 “후배들에 전해줄 5·18 교재 만들어요”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6학년들은 지금 졸업 때 후배들에게 ‘선물’로 전해줄 교재를 만들고 있다. 학기 초부터 주제에 대한 자료조사, 토론 등을 진행중이고 1년 프로젝트가 끝나면 5학년 후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