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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통역·번역인 지정 규정 있는데… 외면 받는 외국인 피고인 반성문

by 광주일보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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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변호사 한글 자료로 충분”
혐의 뒤집을 내용 없으면 주목 안해
언어 장벽 외국인 인권 사각지대

“존경하는 재판장님. 반성문을 보냈는데 번역을 해서 제출이 됐는지 궁급합니다”(외국인 피고인),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 “왜 도착하지 않은거죠?”(외국인 피고인), “저는 모르겠습니다”(재판장).

광주지법 형사 1부(부장판사 김재근) 심리로 지난 13일 열린 특수절도, 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노동자 A(27)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 때 오간 얘기다. A씨 등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월~징역 2년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가 1심과 형량이 달라지지 않자 반성문이 제대로 도착했는지 궁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러시아 국적으로 지난해 8월 12일 광양 한 폐차장에 침입, 자동차촉매변환장치 100개 이상을 화물차에 싣고 도주한 것을 비롯, 같은 해 나주·함평 폐차장에서 200개가 넘는 자동차 촉매변환장치를 훔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 사건 가해자들이 검·경 조사부터 재판까지 감형(減刑)을 염두에 두고 탄원서나 반성문을 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정’, ‘반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은 가족은 “반성문을 쓰면 감형되곤 했던 판례를 보고 가해자가 반성문을 쓰면 그보다 많은 탄원서를 써서 내겠다”고 매일 탄원서를 낸 바 있다.

 

그렇다면 외국어로 쓰여진 반성문·탄원서는 어떻게 처리될까.

대법원 예규(통역·번역 및 외국인 사건 처리)는 외국인 피고인을 위해 공소장 번역(4조), 통역·번역인 지정 규정(7조 4)을 두고 있다. 국선변호인이 외국인 피고인 접견 과정에서 통역·번역을 의뢰한 경우 통·번역인에게 수당과 통역·번역료 등도 지급(16조)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외국인 피고인의 모든 반성문·탄원서 번역까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수사 자료와 양형에 반영할 자료는 검찰, 외국인 피고인측 변호사가 내는 ‘한글’ 자료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범행을 부인하는 것보다 반성하는 게 양형에 유리하긴 하지만 혐의를 뒤집을 내용이 없으면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반성문의 효과 여부를 떠나 외국인 피고인들이 자국어로 개인적 성행, 환경, 등을 담아 제출하는 반성문이나 탄원서 번역을 외면하는 데 따른 부정적 입장도 흘러나온다.

민주시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희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번역과 통역은 이뤄지고 있지만, 외국인 피의자 스스로 방어권을 위해 제출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본인이 해야하는 만큼 경제·언어적 장벽이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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