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0대 음주 운전자 징역 8년 선고
반성문 감형 사례에 탄원서로 엄벌 요청
“존경하는 판사님, 그날은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는 2021년의 첫날이었습니다. 웃으며 집을 나섰던 동생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눈을 감아버린 제 동생….딸과 동생을 잃은 저희 가족들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지난 1월 1일 밤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한 사거리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자 A씨(27) 차량에 들이받혀 숨진 B(여·27)씨〈광주일보 1월 3일 6면〉 가족들은 재판부에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B씨는 이날 친구 집들이를 갔다가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자신만의 피부관리숍을 열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가게 오픈을 한 달 남겨놓고 있었다.
가족들은 A씨가 구속되던 지난 2월 1일부터 5월 17일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을 가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등기로 보냈다. 반성문을 써 감형받았다는 판례를 본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정씨 언니는 “과거 판례를 찾아보니 반성문을 쓰면 감형되곤 했더라, 그래서 가해자가 반성문을 10장 쓰면 그 보다 많은 탄원서를 써서 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탄원서는 하루하루 일기쓰듯, 피워보지도 못한 삶을 허망하게 끝낸 딸, 동생에 대한 슬픔, 그리움,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담았다. 가해자로 인해 화를 참지 못한 채 써내려간 탄원서가 있는가 하면, 눈물을 쏟으며 쓴 탄원서도 있었다. 정씨 언니는 “탄원서를 쓴다고 동생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고 했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0년을 구형했었다.
박 부장판사는 A씨가 자백, 반성하고 초범으로 종합보험에 가입해 피해자측에 보험금이 지급된 점에다, 음주운전으로 1차 사고를 내고 제한속도(50㎞)를 넘는 130㎞ 이상 속도로 도주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하는 2차 사고를 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장은 “피해자 가족은 매일 탄원서를 작성,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현장을 지켜본 피해자 친구의 정신적 충격도 크다”고 판시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김지을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역·번역인 지정 규정 있는데… 외면 받는 외국인 피고인 반성문 (0) | 2021.05.24 |
---|---|
‘법꾸라지’ 전두환 오늘 항소심도 불출석…법원 대응 주목 (0) | 2021.05.24 |
법원, 보이스피싱 피해 속출에 형량 2배로 상향 (0) | 2021.05.06 |
신재생에너지 사업 놓고 ‘얽히고 설킨 갈등’ (0) | 2021.04.26 |
고객 예금·은행 돈 3억 빼돌려 주식 투자 ‘간 큰’ 은행직원 징역형 (0) | 202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