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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서효인의 ‘소설처럼’] 소설의 미래, 현재의 인간

by 광주일보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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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수많은 SF소설이 가까운 미래를 다룬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로봇과 감정적 교류는 물론 육체적 관계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설가가 많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 뒤일 뿐이지만, 2050년 정도가 되면 인간과 로봇의 결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합법적인 일이 될 것이다.

게으른 SF는 미래를 표현하는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성매매를 쓰고는 한다. 누구나 상상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 미래는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기다리는 흥미진진한 내일이다. 동시에 지금을 비추는 오목하고 볼록한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클라라와 태양’은 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디스토피아도, 흥미로운 미래도, 일그러진 거울도 아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AF)은 흔한 동시에 격한 설정이 아닌, 친근하고 심지어 아련하다. 클라라를 포함한 그들은 주로 아동이나 청소년의 친구가 되며 (당연하게도 현재를 포함하여) 미래에도 바스라지기 쉬운 그들의 정서와 심리의 안정을 돕는다. 그를 위해 로봇도 감정을 배우고 발전시킨다.

AF에게는 태양이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기술적 이유로 그들은 태양을 필요로 하고 이는 기술적으로 뒤처진 일이다. 클라라의 새로운 친구 조쉬는 클라라에게 곧 태양과도 같다. 그러한 조쉬에게 절망이 닥쳤을 때, 클라라는 태양을 찾는다. 울분과 좌절에 휩싸인 인간이 신을 찾듯이, 믿음으로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듯이.

태양을 절대자로 삼아 인간의 안녕을 비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로봇은 질병이나 사고 등의 우연 혹은 운명으로 버려질 인간을 걱정한다. 하지만 인간은 걱정이 없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인간에 의해 처참히 버려진다 하더라도, 인간은 원래 그렇다는 듯이.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과 인간 중 누구를 더 인간적이라 봐야 하는 걸까?

소설은 아니지만 김초엽·김원영 작가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함께 소개해도 좋을 듯하다. 책에서의 기술은 미래가 아닌 현실에 충실한 듯 보인다. 기술은 완벽한 여성이나 일회용 친구를 개발하는 데 쓰일 수도 있지만, 휠체어와 의족과 보청기의 사용성이 더 좋아지는 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용성이 좋아진다 함은 그것이 몸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장애인이 아니라면, 더 잘 들리게 하는 보청기, 이동을 더 편하게 하는 휠체어 등은 일부의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일종의 ‘포스트 휴먼’이다.

책은 기술과 결합하여 살아가는 장애인을 ‘장애인 사이보그’라 칭한다. 인간더러 사이보그라니?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기술과 이상적인 결합을 꿈꾼다. ‘노화하고 취약해지고 병들고 의존하게 될’ 개인적 미래와 장애인 사이보그가 보여 주는 현재의 기술은 필연적으로 한 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일부의 변화가 몸 전체의 변화를 이끌 듯이, 기술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현재의 지향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50년 뒤에 깜짝 놀랄 만한 기술이 탄생하여 장애를 교정하고 치료하는 게 아닌, 현재의 기술이 장애인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장애의 경험을 확장하고 보편의 기준을 와해시킬 때, 사회는 재설계될 수 있다. 이동권을 주장하는 장애인이 버스터미널에서 시위해야 하는 오늘날의 재설계, 점자 안내 표시 위에 광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공간의 재설계, 발달장애인과 다운증후군이 거리에 도통 보이지 않는 현실의 재설계가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다.

부지런한 SF에서는 ‘섹스 인형’을 다루지 않는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SF는 거기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 그것은 미래를 포함하는, 지금의 현실이다. 누구나 상상하는 미래가 아닌, 누군가의 현실인 지금을 쓰는 게 낫다. ‘사이보그가 되다’와 ‘클라라와 태양’은 지금 여기를 말함으로써,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는 책이다. 미래의 기술로 지금의 인간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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