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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바닷고기의 운명

by 광주일보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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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구기관의 최근 발표다. 2048년이면 우리도 어업의 종식을 맞이할 것이란다. 바다가 다 망가져서 고기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마침 흑산 바다를 무대로 한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해서 반응이 좋던 차에 우리 바다의 어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남획과 기후변화 그리고 오염 등이 바다를 망친다고 한다. 바다를 목장이니 밭이니 하여 양식도 하고 그 너른 곳을 무대로 먹고사는 이가 한둘이 아니건만, 미래가 암울한 건 사실인 듯하다. 당장 현실적인 체감도 상당하다. 새벽에 서울의 수산물 수요를 상당 부분 책임지는 노량진시장에 나가 봐도 별 다른 어물이 없다. 제일 활기찬 경매 부류는 활어다. 양식이 대부분이라 공급이 넉넉한 까닭이다. 냉동 부류도 물건이 많고 거래가 활발하다. 당장 오늘 바다에서 잡아오는 물건이 아니므로 그렇다.

오늘 뭐 좋은 선어가 없을까 하고 기대하고 갔다가 자주 실망한다. 너무 싸서 산지에서는 양동이로 퍼서 팔았다는 정어리는 안 보인 지 오래다. 슬슬 날씨가 더워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민어는 벌써부터 폭등 조짐이 보인다. 오뉴월 들어서 서남해안에서 민어 대물을 건졌다고 하면 로또라고들 부른다.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어의 한자가 절대 ‘민’(民)일 리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옛날에 민어가 비싸긴 했어도 못 사먹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눈이 빨간 민어를 사서 전 지지고 탕을 끓여 먹는 이들이 서울에도 많았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돌아가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글에도 시집가서 민어 보러 다니던 동대문시장 풍경이 묘사된다. 새댁이 큰 민어를 사러 시장에 갔다는 건 어느 정도 만만한(?) 생선이 아니었는가 짐작이 된다.

어머니 말씀을 더 전하자면, 서울이나 인천 같은 도시에서는 잔치에 홍어무침을 흔하게 냈다고 한다. 내가 “에이. 설마 가오리겠죠” 했더니 아니라신다. 가오리도 홍어도 시장에 흔해서 더 맛있는 홍어로 무침을 썼다는 말씀이다. 광주에서도 드시는지 모르겠는데, 이 동네에서는 생홍어를 숭덩숭덩 뼈째 썰어서 빨갛게 양념한 뒤 미나리며 고추 등을 넣고 버무려 잔치에 먹었고 요즘도 그리 한다. (물론 어종은 바뀌어서 수입 가오리가 대부분이다.) 술집 안주로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내 어린 시절 기억에도 잔칫집에서 홍어무침을 본 기억이 많이 난다. 함흥냉면이 유명한 중구 오장동의 냉면집에서 빨갛게 무친 홍어 얹은 냉면을 맛있게 먹기도 했다. 이 집들도 아직 홍어를 쓰긴 쓰지만 수입산이다. 국내산으로는 값이 비싸서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처음 진짜(?) 홍어를 먹어 본 것은 광주에서였다. 선배 결혼식에 갔다가 무등산 자락에서 열린 피로연장(닭집)에서 만난 홍어가 최초다. 가지런히 포를 떠서 알루미늄 도시락에 담긴 홍어를 돌리자 하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좋은 홍어다.” “참 맛있다.” 아시다시피 처음 삭힌 홍어를 본 이들은 당황하게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상당히 힘들었다. 놀라운 사실은, 한두 점씩 먹기 시작하자 금세 혀에 붙어서 그날로 홍어 팬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완행열차에서, 혼주가 챙겨 준 홍어 도시락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여담이지만, 주변 승객들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고약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홍어도 이제는 귀물이 되어 버렸다. 비싸기 그지없다. 몇 년 동안 어황이 좋았다는데도 값이 만만치 않다. 90년대처럼 홍어 배가 달랑 한 척이 남고, 그것도 지자체가 보조금을 주어 가며 유지하게 될 만큼 어황이 나빠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바닷속 사정이 점점 흉악해지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오징어나 고등어도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걸을 게 자명하다. 오징어는 비싸져서 이제 ‘대중 생선’이란 말을 할 수 없다. 좀 싸다 싶은 건 먼바다에서 작업해 오는 놈들이다. 고등어도 먼바다에 나가서 고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먹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올해 한동안 산오징어가 산지에서도 1,2마리에 1만 원이나 했다. 맛있는 마른오징어 큰 놈은 한 마리에 이미 1만 원이다.

너무 흔해서 좌판에 깔아 놓고 대충 양푼에 담아 팔았다는 사월 주꾸미도 소고기 등심 값이다. 오월이면 대목을 맞을 꽃게도 올해 역시 어마어마한 값을 보일 게 뻔하다. 살 만해져서 너무 먹으니 문제고, 그게 돈이 되니 무리해서 많이 잡으려 하니 그것도 걱정이다. 우리가 매일 바다로 미세 플라스틱이며 오염물을 내보내고 있는 것도 참담한 일이다. 바다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다음 대에도 우리가 흔한 생선을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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