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 음식은 만들 수 있다. 이 음식에 대해서만은 ‘자신만의’ 레시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이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은 이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나의 개인 취향은 ‘계란 없이, 국물 많이, 면은 꼬들꼬들’이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라면’ 이야기다. 세계라면협회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5.1개로 세계 1위라고 한다. 놀라운 통계다.
세미콜론이 펴내는 ‘띵 시리즈’는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을 테마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획이다. ‘띵 시리즈’ 아홉번째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는 바로 ‘국민음식’ 라면에 대해 맛깔스럽게 풀어낸 책이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회 정도 라면을 먹는’ 윤이나 작가는 새로운 라면이 나오면 기억해두었다가 꼭 먹어 보는 일, 나만의 기준으로 엄선한 라면을 종류별로 떨어지지 않게 쟁여두는 일, 라면을 끓이는 방식에 대해 정확한 기준과 이론을 가지는 일, 기분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라면을 먹는 일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다.
책은 ‘첫째, 라면을 끓이기 전’부터 ‘열두째, 계속 라면을 먹으려면’까지 라면을 끓이는 과정 순으로 구성돼 있다. 라면 종류 고르기, 물 끓이기, 물이 끓는 동안 할 일, 면과 수프를 넣는 순서, 마지막 팁까지 저자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적어도 1인분의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방법은 알 수 있도록 썼다”고 말한다.
물론 라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그에 얽힌 많은 이들과의 추억, 즐거움, 때론 삶의 고단함도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은 라면 1인분을 끓이는 과정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가장 맛있고 간편한 한 끼를 먹이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책은 라면 끓이는 법과 달콤쌉쌀한 인생 이야기가 어우러져 그녀의 말처럼 ‘재미있고, 맛있게’ 읽힌다. 그녀의 ‘라면 끓이기 방법’에 동의할지 안 할지는 별개다.
이번에 ‘띵 시리즈’ 열번째 책으로 중국 음식 ‘훠궈’를 다룬 ‘내가 사랑한 빨강’이 함께 나왔다. ‘얼루어’ 매거진 피처 디렉터 허윤선이 쓴 책은 ‘물결 무늬로 반반 나뉘어진 커다란 냄비에 두 가지 육수를 선택하고 각종 야채와 고기 및 해산물을 담가 익혀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에 대해 다채롭게 풀어낸다.
지금까지 ‘띵 시리즈’로는 지금까지 조식(이다혜), 해장음식(미깡), 그리너리 푸(한은형), 프랑스식 자취 요리(이재호), 치즈(김민철), 고등어(고수리), 엄마 박완서의 부엌(호원숙) 등이 출간됐다. 앞으로 병원의 밥, 바케트, 평양냉면, 치킨, 카레, 삼각김밥 등에 대한 책도 출간될 예정이다.
<세미콜론·1만12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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