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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꿈꾸던 단독주택 짓고 거실·계단·서재에 ‘아트 갤러리’

by 광주일보 202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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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이야기가 담긴 집 <5> 광주 일곡동 버드하우스’]
이동욱·양청자 부부 단독주택 집안 곳곳 그림·공예품·수석
최경양 건축사 설계2012년 광주시건축상 수상
남편 위한 공간·아내 위한 서재, 독립성 살린 공간 분리 돋보여

‘따로 또 같이’ ‘생활 속 갤러리’

이동욱(61) 양청자(67) 부부의 단독주택을 취재하며 줄곧 떠오른 생각이었다. 광주시 북구 일곡동 택지 지구에 자리한 집은 거실 등 가족들이 공유하는 공간과 개인 생활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간이 적절하게 분리돼 각자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는 ‘집 속의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집안 곳곳이 작은 갤러리처럼 꾸며져 문화예술이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와 호흡하고 있는 듯했다.

윤리교사였던 이 씨는 50세가 되던 해 명예퇴직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해왔던 이 씨 부부는 오랜 꿈이었던 단독주택을 짓고 싶었고, 고향인 담양 등지로 숱하게 땅을 보러다녔다. 일곡에 택지를 구입한 건 지난 2009년. 산을 끼고 있고, 지대가 높아 어릴 적 추억이 가득했던 골목길처럼 동네의 구불구불 골목길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한달 간 원주인을 설득해 땅을 샀고, 2012년 집을 지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집을 짓고 싶은 꿈이 있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집은 사람의 온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어요. 저희도 광주에 살며 나주에 집을 두고 가끔 다니러가곤 했는데 여름이면 풀이 무릎까지 자라 있고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또 나이 들수록 병원이 가까운 도시에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죠. 집 관련 책을 많이 보고, 다른 집도 참 많이 방문하며 저희 집을 상상하고는 했죠.

한샘건축사사무소 최경양 건축사가 설계해 지난 2012년 광주시건축상을 수상한 집은 ‘버드 하우스’로 불린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면적 178.56㎡, 연면적 526.77㎡) 규모로 노출콘크리트의 특성을 살린 집의 지붕이 마치 새가 날갯짓하는 느낌이 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설계하는 건축가, 시공하는 현장 소장과 언성을 높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집 짓기에 나선 그가 건축가에게 요구한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아내의 서재를 만들어달라, 토·일요일에는 가족이 함께 하지만 평상시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여러 곳에 내달라, 집안의 턱을 모두 없애달라 등. 그 결과 출입문이 세 개인, 남편과 아내, 두 아들의 독립된 공간이 확보됐다.

왼쪽에 근린 공원을 끼고 있는 주택은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전망을 살리기 위해 땅을 돋워 단차를 그대로 활용해 아래쪽에는 주차장을, 위쪽에는 정원을 만들었다.

주택 뒤로 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는 낮은 키의 소나무·주목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조각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작은 텃밭이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놀이터다. 수수한 것을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에 따라 옛날 백합과 옛날 동백을 어렵사리 구해 심었고 야생화도 한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계절이 깊어가면 백합, 원추리, 달맞이꽃, 채송화 등이 얼굴을 내밀터다. 정원을 메우고 있는 다양한 형상의 돌들은 그처럼 수석 모으는 걸 취미로 하는 지인들이 집을 찾을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준 우정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 집의 특징은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이다. 지하 1층은 남편 이씨의 공간이며, 1층은 거실과 주방 그리고 아내의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2층은 지금은 결혼해 나가 살고 있는 두 아들의 방, 3층은 집을 찾는 손님들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다. 각 층에는 각각의 출입구와 미닫이문을 둬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다. 건축 당시 대학생이었던 두 아들 중 혹시 한 명 정도는 결혼 후 같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단 옆으로 따로 문을 내 ‘완벽한 독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실, 주방 등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간도 필요하지만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지인들이 오면 아내가 인사도 해야하고, 과일도 깎아내야 하고 번거롭죠. 아내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저희 집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즐겁게 놀다 갈 수 있습니다(웃음).”

남편 이씨의 아지트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바로 진입한다. 아내가 작명한, 이 집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학정 이돈흥 선생이 글씨를 쓴 ‘해오름뜰’ 현판이 걸려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가 지인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 씨는 예술 애호가이자 문화 소비자다. 어릴 적부터 나무를 좋아했던 그는 1980년대 말 고향 담양의 죽제품을 구입하며 목공예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오랫동안 수석도 모아왔다. 그림과 글씨 등도 꽤 수집했다. 큰 작품보다는 소품 위주로 구입하며 최쌍중·황영성·이왈종·박병우 작가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다양한 예술품은 거실, 계단, 서재, 안방 등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예 방 전체를 공예품과 나전칠기, 수석 등으로 꾸며놓기도 했다. 특히 공예품은 모두 생활용품으로 직접 사용하고 있어 장식효과와 실용성도 높다. 또 코바늘 뜨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만든 인형 작품들도 멋지게 장식돼 있다.

 

1층은 아내 양씨의 공간이다. 책을 읽고 성경 공부를 하는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바깥 풍경은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다. 이 집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위한 배려이자 생의 마지막을 보낼 집으로 지었기에 노후의 삶을 고려해 설계의 번거로움 등이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를 배치했다. 또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집안의 턱을 모두 없앴고, 노년에 간병인이 머물 공간까지도 염두에 뒀다.

2층 아이들 방은 결혼한 아들 가족이 방문할 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과 가족들의 작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갤러리처럼 꾸몄다. 3층은 게스트하우스다. 히말라야, 네팔 등을 수없이 찾았던 이씨에겐 여행친구들이 많다. 히말라야에서 20여일 함께 지내다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광주를 찾은 여행친구들이 주인 눈치 보지 않고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집이 완공된 후 오랫동안 운영하던 약국을 그만 둔 양 씨는 일주일에 3일, 오전 시간에만 요양병원에 출근한다. 양 씨는 “너무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 집으로 이사 와 시간적 여유도 갖게 돼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졌다”며 “텃밭을 가꾸고 꽃을 키우는 시간, 서재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매일 힐링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집은 부부의 ‘노후’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해결책이 담긴 공간이다. 앞서 언급한 엘리베이터나 간병인의 공간은 물론이고, 행여 홀로 남은 부모를 아들 부부가 모셔야 할 때를 고려해 출입문을 따로 내 독립생활을 보장했다.

이씨가 집에 ‘버드 하우스’라는 이름을 단 건 다리가 아픈 아내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생각, 우리 인생도 훨훨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새들도 날아와 쉬어가고, 길고양이도 들락거리고, 소중한 것들을 함께 나누며 살고 싶은 부부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노년의 하루 하루 일상이 쌓여가는 멋진 집이다. ‘해오름뜰’이자, ‘버드하우스’라는 공간은.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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