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대원 초대전, 4월 4일까지 화순 석봉미술관
다채로운 색의 향연 속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전시장에 매달린 족자 형태의 그림 아홉 점은 한 점의 설치미술처럼도 보인다. 추상적 기호들이 자유분방하게 뻗어나가며 리듬감을 부여하고, 종이에 스며들고 어우러진 독특한 번짐과 색채감은 강한 인상을 남기며 한 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한국화가 지암(芝菴) 김대원(조선대 명예교수) 화백 초대전이 오는 4월4일까지 화순 석봉미술관(화순읍 진각로 249-8)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 ‘경계의 확장’처럼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 등 가로막는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는 기획전이다. 그는 한국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개념과 수묵의 정신을 이어가되,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대상과의 소통을 염원하며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업을 확장해 온 작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 화백은 희재 문장호 선생을 만나며 한국화를 배우게 되고, 관념산수를 거쳐 실경산수의 세계로 넘어가며 자신만의 한국화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
전통의 재해석은 탄탄한 기초 위에서 빛을 발한다. 1990년 중반까지 몰두했던 사생(寫生)을 바탕으로 그는 지필묵의 한계를 벗어나고, 서양화의 매력을 접목시키며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나간다. 한국화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아크릴과 과슈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추상 기법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이번 초대전 전시작은 2017년부터 2020년 작품이 주를 이룬다. 대학에서 정년 퇴임 후 한국화의 ‘본질’을 묻고, 전통의 재해석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다시 수묵 채색 작업에 몰두하고, 색채감을 덜어낸 수묵 본연의 세계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전시작에서 두드러지는 건 색감이다. 한국 전통 색채감 뿐 아니라 인도의 평민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컬러감과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퇴색된 주거환경에서 발견한 고유한 색감, 티벳의 고원에서 녹아내리는 빙하수의 투명한 에메랄드빛, 메마른 사막의 풍광, 네팔이나 티켓 성지에 숨어있는 불교 미술의 색채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작품에 등장하는 점, 선, 면, 색은 서로 긴장감 있게 겨루면서도 어우러져 있으며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돋보인다. 색을 거의 빼고 여백의 미를 강조해 먹빛 수묵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별 헤는 밤’ 연작은 수묵 담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또 하나 즐거움은 인도 등 다양한 여행 현장을 소박하게 표현한 스케치 작품들이다.
작가는 전시 소개 영상에서 “인생의 기쁨과 슬픔, 죽음과 생의 무상함, 사랑과 환희 등의 주제로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늘 관건이다. 보편성과 개체성, 전체와 개인, 영원과 순간, 사유의 폭을 넓히며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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