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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

우연히 만난 동네 작은 책방선물처럼 만난 책과 공간

by 광주일보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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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트 시대,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은 책이다. 무료함을 달래주고, 불안한 일상을 슬기롭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책이다. 가까운 동네책방을 찾아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해도 좋고, 작은 도서관을 찾아가 다양한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다. 새봄을 기다리는 포근한 날씨 덕에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책 한권 읽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진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했다가 매력에 빠져버린 두 곳의 책 공간으로 안내한다.

 

작은도서관 ‘책문화공간 봄:’은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카페를 함께 꾸려가는 ‘인생학교 봄:’ 협동조합으로 규모가 확장됐다.

 

◇ 책문화공간 봄ː & 인생학교 봄ː

커피 한잔 마시러 찾아간 카페에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숨겨진 공간을 발견한 기쁨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쁨과 같다고 표현하면 과한 비유일까. 그만큼 덤을 선물받은 기분이라는 의미다.

광주시 남구 노대동의 작은도서관 ‘책문화공간 봄ː’은 마을기업 ‘인생학교 봄:’이 운영하는 곳이다. 1층은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2층은 도서관이다.

‘봄’은 계절을 뜻하는 봄이 아닌, 바라보다는 뜻의 ‘봄’이다. 책을 보고, 그 너머 삶을 보고, 무엇이든 찬찬히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장음부호 ‘ː’가 붙는 이유다.

2층 도서관으로 통하는 계단은 카페와 연결돼 있다. 계단 옆으로는 그림책 주인공들이 그려진 자그마한 의자 여러개와 재미난 동화책 표지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락방에 올라가듯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니 도서관이 등장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2층 도서관으로 통하는 계단은 카페와 연결돼 있다. 계단 옆으로는 그림책 주인공들이 그려진 자그마한 의자 여러개와 재미난 동화책 표지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락방에 올라가듯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니 도서관이 등장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책문화공간 봄ː’은 2013년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도서관이다. 건물주로부터 무료로 공간을 임대받아 누구라도 찾아와 책을 보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6월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2층 도서관과 1층 카페를 함께 꾸려가는 ‘인생학교 봄ː’협동조합으로 규모가 확장됐다.

“동네분을 통해 건물주가 공간을 내어주고자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공간을 기증하고 싶은데 도서관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지요. ‘도서관에서 책으로 놀아볼까’하는 마음으로 뜻이 맞는 5명과 함께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사이 멤버도 바뀌었다. 초창기 멤버로 시작해 올해 새롭게 도서관 관장이 된 위명화 관장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도서관을 꾸려갈 예정이다.

‘책문화공간 봄’은 마을주민들의 서재이자 책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다. 소장 도서만 4800여 권. 공간별로 주제에 맞는 책을 선별해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위 관장이 함께 운영하는 책문화예술연구소가 같은 공간에 있어서인지 그림책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림책이 특성화 된 도서관으로 봐도 무방하다. 인권 도서나 5·18 관련 도서, 인문학 서적, 미술 서적 등도 한 곳에 모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출간된 지 한달 이내의 신간들만 모아놓기도 한다.

도서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한 점 갤러리, 봄: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해 말에는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책 문화콘텐츠 ‘남다른 그림책, 예술을 만나다’결산 전시회가 1층 카페에서 열리기도 했다. 올해는 카페 한쪽에 공유서점 ‘프레드릭 의 봄ː’을 오픈할 예정이다.

도서관과 카페는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책을 가져와 1층 카페에서 읽을 수도 있고, 차를 주문해 2층 도서관에서 마실 수도 있다. 도서관은 카페 영업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오픈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제약을 받으면서 오후 6시까지만 운영중이다.


 

광주 수완지구 동네책방 ‘숨’. 책방이지만 테이블이 비어있을 경우 구입한 책을 읽고 가는 경우도 있다.

 

◇ 동네책방 ‘숨’ & 평화도서관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을 넘어서 책 문화를 공유하고 향유하는 문화공간으로 꾸려가고 싶어요.”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 ‘동네책방 숨’은 책 한 권의 소중함, 책 한 권이 주는 기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0여년 전 북카페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책을 판매하는 책방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북카페이자 마을 도서관이며,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마을 서점이기도 하다. 

 

동네책방 숨의 ‘블라인드 북’ 코너.

 

동네책방 숨은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어릴적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문방구를 찾아간 느낌이랄까. 한쪽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는 붉은 색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여러 개가 책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일명 ‘블라인드 북’ 코너다.

책방지기가 시기에 따라 어울리는 도서를 엄선해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포장을 해서 진열하면, 방문객이 메모지에 적힌 키워드나 짧은 내용만으로 책을 선택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보고싶은 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지만, 포장 덕분인지 선물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떤 책이 담겨있을지 설레는 마음도 더해진다.

‘책 미리내’코너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다. 선물하고 싶은 책을 구입해 책방에 맡겨두면 책방지기가 받는 이에게 연락을 해 선물을 받아가도록 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책을 맡겨두셨어요. 찾으러 오세요’ 메시지 하나가 주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동네책방 홍보 캠페인을 알리는 공간도 눈에 띈다. 전국 90여곳의 소규모 서점이 모인 전국 동네책방네트워크가 전개하는 ‘바이 북(Buy Book) + 바이 로컬(Buy Local)’캠페인으로, 13명의 작가가 홍보대사로 참여해 전국 곳곳의 서점을 방문하며 동네책방을 알리는 활동이다. 매월 그 달의 홍보대사 글로 제작된 특별 아트 포스터와 연말에는 작가의 글과 그림이 실린 아트북을 받는다. 지난해 ‘동네책방 숨’에는 과학자 이정모와 김탁환 작가가 방문했다.

작가들이 직접 사인한 책을 모아둔 ‘작가 사인 도서’코너도 흥미롭다. 출판사에 요청해 사인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가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책방지기와 인연이 있는 작가들이 사인한 도서다. 

 

동네책방 '숨'이 운영하는 '평화도서관'. 조용히 앉아 책을 읽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책방 뒤로 연결된 문을 따라 가면 도서관이 반긴다. 이곳은 ‘평화도서관’이라 이름 지었다.

어린이 도서도 많지만 평화, 인권, 환경, 젠더, 전쟁, 오월 광주 등을 위주로 진열하고 있다. 소모임을 할 수 있는 테이블도 있고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와 카페트가 깔린 아늑한 방도 준비돼 있다. 독서모임이나 작가초청 북토크가 진행되기도 한다.

동네책방으로 바뀌었지만 아직은 북카페의 느낌도 남아 있다. 카페를 완전히 접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커피내리는 기계가 고장이 안나서…”라며 웃는 책방지기 이진숙 대표는 “이곳에 와서 책을 고르시는 분들은 책만 사서 바로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다”며 “테이블이 비어있을 경우 구입한 책을 읽거나 도서관으로 가져가서 읽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동네책방 숨은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일·월요일은 휴무.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8> 광주 수완지구 ‘숨’

“자고로 서점은 책으로 승부해야지”한때는 그랬다, 오로지 책만 팔아서 서점을 유지하겠다고. 책과생활을 처음 문 열었을 때, 서점과 카페를 겸해야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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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에필로그 : 동네책방은 진화한다

‘러브 앤 프리’ 책방지기인 나는 지난 4월부터 광주 지역의 동네서점을 방문하는 긴 여정을 이어갔다. 책방 문을 열기 전부터 즐겨 다녔던 단골 서점도 있었고, 이번 글을 쓰면서 운영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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