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까지 하정웅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소장작 전시
김환기·이응노·김흥수 등
작가 23명, 회화작품 50여점
처음 그의 그림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작품 앞으로 다가서게 된다. 화폭에 등장하는 물방울이 실제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영롱하게 맺혀 있는 물방울은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만 같다.
‘파리로 간 예술가들’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그림이 바로 5일 92세 일기로 타계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제주도 김창열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지만, 이번에 광주에서도 대표작을 접할 수 있는 만큼 미술관 나들이에 나서도 좋을 것같다.
푸른색 배경 위에 걸린 김 화백의 대표작 두 점은 변화해온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3년 작 ‘물방울’(195x160㎝)은 대형 화폭에 단 ‘두방울’의 물방울만이 맺혀 있다. 같은 크기의 작품 ‘회귀’(2013)는 다양한 한자와 수많은 물방울이 어우러져 대비된다. 시립미술관은 현재 판화와 회화 작품 10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열리고 있는 ‘파리로 간 예술가들’(3월 31일까지)전은 미술관 소장 작품, 그중에서도 하정웅컬렉션을 중심으로 1950년대~1970년대 서구미술(프랑스)과 직접 접촉하며 작품 활동을 전개한 근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이다.
김창열 화백은 1972년 프랑스 파리 ‘살롱 드 메’전에서 ‘물방울’ 작품을 처음 선보인 후 50여년 가까이 ‘물방울’에 천착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는 신안 출신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과도 인연이 깊다. 대학 은사였던 그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 4년간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공부를 했고, 백남준의 도움으로 19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후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이번 전시에는 23명 작가의 회화 작품 50여점이 나왔다. 작고 ·생존 작가를 망라한 이번 전시 참여작가 한명 한명은 모두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한국화가의 서구 진출은 195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특히 많은 미술인들이 파리로 진출하며 한국미술의 국제화가 탄력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매혹적인 꿈과 성공을 상징하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유학하거나 작업 세계를 펼쳐보이는 것은 많은 예술가들의 로망이었다. 해방 이후 ‘최초의 파리 진출 미술가’는 김흥수와 남관이었다. 또 기성 작가들 중 파리에서 가장 먼저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는 1956년에 파리로 건너간 김환기였다. 파리로 진출한 작가들은 서로 친교를 맺으며 작업을 전개했고 후일 한국 현대미술의 주역이 됐다.
국내 작가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작품으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푸른색 바탕에 점들을 묘사한 대표작 ‘무제’(1966)와 종이에 펜으로 그린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역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으로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선의 흐름이 인상적인 ‘From line’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유화 작품 ‘From point N0202’, ‘East Winds-7’ 등의 작품이 나왔다.
파리에서 동서 미술의 융합을 시도하며 ‘문자추상’을 선보인 이응노 화백의 작품으로는 역동적인 느낌의 ‘군상’ 시리즈와 ‘문자 추상’을 만난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국가폭력과 민중의 희생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폭력을 해체한 자유를 향한 의미로 군상 연작을 제작했다.
한국 추상미술의 한 축인 박서보 작가의 작품과 ‘누드’와 한국적 이미지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인기를 모은 김흥수 화백의 ‘콤포지션(고독)’, ‘반가사유상·통일’, 박영선의 ‘독서하는 여인’과 ‘누드’, 이용환의 ‘몽수리 풍경’ 등 구상 작품들도 눈에 띈다.
동양적 이미지를 담은 추상미술로 1958년 파리 화단에 등단한 후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성자 화백의 작품과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사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회의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작가로 선정되는 등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방혜자 작가의 회화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밖에 시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변종하의 ‘돈키호테’, ‘평화’, 권영우, 이만익, 백영수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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