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행정고시 동시 합격 … 영광 유규재·선정 씨 남매]
공무원 아버지 따라 공직에 관심…5급 재경직 17대 1 경쟁
고시원 동고동락하며 수험정보 공유…2차례 도전 나란히 합격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사람이 있는 것만도 큰 힘이 되는데, 가족이라 더욱 의지가 됐습니다. ‘우리’는 서로 행정고시라는 ‘외로운 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행정고시의 꽃’이라 불리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재경직. 유규재(26)·선정(여·24)씨 남매는 2020년도 합격자 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남매가 한 시험, 같은 부문에서 나란히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행정고시에는 모두 6968명이 도전했으며, 재경직에는 1361명이 원서를 냈다. 유씨 남매는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자 81명에 들었다.
평소 친구 만나기를 좋아하는데도 꼼짝없이 공부만 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는 이들 남매는 서울 고시촌 한 집에 살며 늦은 밤까지 함께 공부하고, 수험 자료·정보를 공유하며, 때로는 함께 야식을 즐기며 공부 의지를 다졌다.
남매가 행정고시에 도전하게 된 건 아버지 유병춘(법무사)씨의 영향이 컸다. 영광군 백수읍 출신인 아버지는 20여년 동안 광주지방법원 본원 및 목포지원, 영광군법원 등에서 근무했다. 남매는 공직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아버지는 늘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셨어요. 저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또 대학 강의를 들으며 우리나라 경제 지배구조를 배웠고, 직접 나서서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행정고시가 제 꿈을 펼치기 가장 좋은 길이었습니다.”(유선정)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남매는 각각 서석고, 문정여고를 졸업한 뒤 규재씨는 서울대 경제학부, 선정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규재씨는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2018년부터 고시 준비를 시작한 이들은 똑같이 2번의 도전을 거쳐 합격했다.
“2019년도에는 2차 필기시험 5개 과목 중 3개 과목에서 과락을 맞았죠. 심지어 그 중 하나는 0점을 받기도 했어요.(웃음) 시험 준비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편한 마음으로 응시한 게 합격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유규재)
고시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선정씨는 “자기만의 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이 정해준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 7~8시간 공부하고 일주일에 한 번 쉬고 싶을 때 쉬었다.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재씨도 “PSAT(1차 필기) 시험을 확실히 대비해 둘 것”을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시험 일정이 미뤄지는 등 혼란스러웠지만, PSAT 성적을 안정권에 올려놓으니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남매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들, 하루하루 되새겼던 각오들을 잊지 않겠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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