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오래된 가게의 재발견]
귀금속으로 품목 확대…국내·외 소외계층 안경 나눔 지속
“한산해진 충장로 거리 안타까워…상인·지자체 노력해야”
충장파출소 맞은편, ‘비바체 안경’. 가게는 지난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세련됐지만, 80년대 개업 당시부터 써 왔던 거울 등 역사 깊은 물건도 곳곳에 남아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형형색색 안경을 써 보며 이 거울을 들여다봤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임병춘(62) 비바체안경 대표는 34년 동안 충장로에 머물며 광주 시민들에게 ‘선명한 세상’을 선물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성실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 주신 단골 손님들도 큰 힘이었다”고 돌아봤다.
보성 출신인 임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광주에서 생활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방위사업체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자기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는 1986년 충장로 5가 간장공장(현 충장22센터) 근처에서 처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안경은 저와 평생 접점이 없었지만, 안과에서 오래 일했던 아내를 만나면서 안경점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그 땐 안경사 면허 제도도 없던 때였는데, 가게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갑자기 제도가 신설된 거에요.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해 아내가 1회째, 제가 2회째에 면허를 땄던 기억이 납니다.”
임 대표는 당시 근처에 대인동 시외터미널, 아카데미 극장 등 시설이 많아 장사가 제법 잘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리운 시절이다. 주말에도 쉼 없이 일했는데, 때로는 하루만에 한 달 집세를 낼 만큼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고 웃었다.
연일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린 비바체 안경은 90년대 상권의 중심이었던 화니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백화점이 부도나면서 큰 돈을 잃고 위기에 몰렸다. 임 대표는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 무너졌다. 더구나 중국 제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콘택트렌즈와 라식·라섹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사업은 갈수록 힘들어졌다”고 돌아봤다.
“재정, 경험 등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안경점 자체가 큰 돈을 벌 수 없는 업종인데다 밑지고 장사하는 것도 일상다반사였죠. 절망적이었지만, 두 자식들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2005년께 충장로 4가로 가게를 옮기고, 귀금속까지 사업을 확장해 지금까지 이어왔지요.”
힘든 중에도 봉사·나눔을 이어왔다. 각종 봉사단체 활동은 물론 안경점 특성을 살려 농촌 지역 무료 안경 서비스,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돋보기 나눔을 해 왔다. 수년 전에는 우즈베키스탄에 수백개의 안경을 보내기도 했다. 금남로공원에서 이뤄지는 무료 배식 봉사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주변 상인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 온 인연도 소중하다는 임 대표는 최근 한산해진 충장로 거리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는 신도시 개발, 유명 메이커의 백화점 집중 등 외적인 환경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떠나는 이들을 붙잡지 못한 충장로 상인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자체 지원도 전통시장에 집중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웃들에게 새 세상을 보여준다는 보람과 사명감이 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사업을 하다 보니 큰 목표는 없다. 건강 유지하고, 미력하게나마 봉사도 꾸준히 하면서 충장로를 지키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영상편집=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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