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 사면의 정치학]
2021년 새해 벽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이 대표가 ‘국민통합’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논의는 여·야 모두에게 커다란 변화를 안겨줄 수 있는 화두인 만큼 정치권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있어 ‘사면 카드’ 자체가 이들 빅이벤트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지난 1일 이후 정치권 안팎의 뇌관이 터진 분위기다.이와 관련, 이 대표는 3일 최고위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한 뒤 ‘사과가 전제돼야 사면 건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반성이) 중요하다고 (당 발표에) 돼 있다”고 밝혔다.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사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국민통합에 대한 이 대표의 의지는 지난해 연말부터 곳곳에서 감지됐었다.이 대표는 지난해 광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국민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절차 등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또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언급했었고, 당시 분위기는 최고위원들의 의중을 듣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촛불 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과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는 당내 반발도 거세다.광주지역 한 국회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카드는 국민의 동의가 우선돼야 할 문제인데 전혀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론됐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민주당의 위상이 하락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식의 사면 논의는 비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민주당 내부의 반발 기류도 심상찮다. 당원게시판에선 “당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면은 언제든 한 번쯤은 논의해야 할 정치적 현안이기 때문에 여당 대표로서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한편 제1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내심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과 달리, 당 차원에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당장 재보선 정국을 앞두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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