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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교통사고 꾀병’ 안 통한다

by 광주일보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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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환자 주관적 호소에 의존한 상해진단서 입증 증거로 부족”

 

특별한 외상이 없는데도 환자의 주관적 호소에 의존, ‘상해’ 진단서가 발급됐다면 ‘꾀병’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것만으로는 ‘상해’를 입었다고 입증할 증거로 부족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 보험 처리나 상해 관련 형사 사건 등에서 유력한 법적 증거로 채택되는 상해진단서가 환자의 말만 듣고 발급되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A씨(27)는 지난해 3월, 광주시 광산구 흑석사거리에서 월곡지구대 방면으로 2차로를 따라 109cc 오토바이를 몰다 1차선으로 변경하면서 1차로로 진행하던 12인승 승합차와 충돌했다. 보험사는 당시 오토바이 좌측 손잡이 부분과 승합차 오른쪽 뒤 휀다(펜더·타이어 덮개 부분)가 부딪힌 사고로 인한 차량 수리비로 140여만원을 지급했다.

승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B(47)씨와 동승자(21)는 또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며 진단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A씨에게 상대방 차량 운전자·동승자를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상))와 진로를 변경할 때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과실이 없고 ‘상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1심은 도로교통법을 유죄로 판단하는 한편,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제출한 상해진단서 만으로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장용기)는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사유는 1심보다 구체적이었다. 우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급작스런 진로 변경이 아니고 차량이 흔들리거나 진로가 바뀔 정도의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서서히 가다 멈추는 등 급정거로 인한 상해 발생 가능성이 적은 점을 꼽았다.

또 피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사고 다음날 입원한 뒤 해열·진통·소염제 주사 처분을 거부한데다, 통증을 호소하지도 않았고 사고 당시 70~80세 가량 노인이 차량에 동승했음에도 입원하거나 치료받지 않은 점 등도 반영했다. 이런 점을 들어 상해진단서는 ‘신빙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여기에 A씨가 사고당 2000만원 한도 내 손해 전액을 보상하는 대물배상 의무보험에 가입한 점을 들어 형사소송법(327조 2호)상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해서도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이같은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교통사고 꾀병’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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