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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악의적 거짓 진술에 성폭행범 몰려…풍비박산 난 가정

by 광주일보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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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조카 성폭행한 남편 대신 이웃집 남성에 죄 뒤집어 씌워
억울한 옥살이 한 아버지 누명 벗기려 임신한 딸이 백방으로 뛰어
천신만고 끝에 피해여성 찾아 진실 밝혀냈지만 그 와중에 유산까지

 

“하느님이 제 아이를 데려가시고, 대신 제 아비를 돌려주신다면 그것으로 하느님께 감사하려 했습니다.”

A씨의 50대 아버지 B씨는 2016년 1월 어느 날 갑자기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지적 장애를 가진 미성년자 C양이 같은 빌라에 사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인연도 없는 B씨를 성폭행범으로 지목한 ‘거짓’ 진술이 시작이었다. 이는 조카인 C양에 대한 남편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남편이 무심코 지목한 남성에게 죄를 돌리려는 고모(58)의 강요 때문이었다.

신고를 받은 전남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B씨가 아무리 결백을 호소해도 누구도 믿지 않았고 들어주지 않았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B씨를 구속했고 가지도 않은 호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또 B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제출했던 “허위 진술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무고 혐의에 추가해 죗값을 더했다.

1심 법원은 2017년 3월,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해당 여성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사적 만남조차 전혀 없었던 B씨는 이렇게 갑자기 구속됐다. 하지도 않은 일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감옥으로 돌아간 B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아버지가 성폭행범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가족들은 교도소에 갇힌 아버지를 보면서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감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의 말을 믿고 억울함을 풀어준 건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딸 A씨 뿐이었다. 아버지를 감옥에 둘 수 없었던 딸은 임신한 몸으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마을 주민들을 만나 진술을 수집했고,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몰아간 고모와 조카 지적장애 여성의 일상을 한 달 반 가량 쫓았다.

딸은 이후 함께 살던 고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가정을 꾸린 지적장애 여성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냈고 “진실을 말해달라”며 호소했다. 딸은 “아저씨가 아니라,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해당 여성의 진술을 받아내 2017년 9월, 항소심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카인 C씨 자매는 가족 상황으로 인해 성인이 되기 전부터 고모네 손에 맡겨졌고, 고모는 조카들을 때리거나 위협해 자신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결국, 아버지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지 10개월 만에 항소심 법원의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풀려났다. 수사기관의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딸은 이 과정에서 유산을 했고, 아버지는 생업을 잃었다.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몰았던 C양의 고모와 고모부(52), 지적 능력이 부족한 조카 2명과 큰 조카의 남편 등은 지난 11일 광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노재호)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무고·무고교사·특수강요·명예훼손·협박, 위계 등 간음 혐의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처 조카인 지적장애여성을 성폭행한 고모부는 지난 2018년 9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딸은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출석, “하느님이 제 아이를 데려가시고 대신 제 아비를 돌려주신다면 그것으로 하느님께 감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하지도 않은 일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결국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감옥으로 돌아간 B씨가 느꼈을 막막함을 떠올려보면 바로 그 감옥이 ‘지옥’(地獄)의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라며 “사건을 심리하면서 당시 B씨가 느꼈을 참담한 심경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판결을 통해 B씨 가족들이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C양의 고모와 고모부에 대해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고는 국가의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어렵게 하고, 무고를 당한 사람으로 하여금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위험한 범죄”라며 “B씨의 경우 이같은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고 법원의 오판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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