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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한 가정 파탄 낸 ‘곡성 성폭행 무고사건’ 무성의한 수사·재판이 주범

by 광주일보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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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차례 오락가락 진술 무시…범행 지목 장소 CCTV 확인도 안해
검찰, 거짓 진술 의심 자료 흘려보내고 법원은 서류만으로 안일한 판단
범죄자로 예단하고 부실 수사…억울한 옥살이·딸 유산에도 사과조차 없어

 

경찰과 검찰 등 공권력의 부실 수사가 무고한 시민을 순식간에 ‘성폭행범’으로 둔갑시켰다. 수사기관은 “결백하다”는 피해자와 가족의 절박한 호소를 묵살했고, 법원은 느슨한 판단으로 진범들의 거짓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특히 ‘악의적 거짓진술에 성폭행범 몰려’<광주일보 12월15일 6면> 사건은 경찰과 검찰, 법원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재발방지를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총체적 부실수사·사법=피해자 진술과 법정 증언, 법원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의 허술한 수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지난 2016년 1월,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자 A양으로부터 성폭행범으로 몰린 50대 B씨는 경찰·검찰 수사과정에서 수백번 결백과 의혹을 주장했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고 들어주지 않았다.

우선, B씨는 5차례에 걸쳐 A양 집과 모텔 등에서 성폭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양과는 같은 빌라에 사는 것 외에는 사적 만남을 가진 적이 전혀 없었다. B씨와 그의 가족들은 그런 모텔을 가보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경찰과 검찰이 제시한 사건 장소, 해당 장소 인근 건물과 마트 CCTV, 모텔 CCTV 등을 확인해달라는 가족들 요청은 철저히 묵살됐다.

B씨가 범행 추정 일시, 직장으로 출퇴근한 기록 등을 확인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아예 범행 현장조차 찾지 않았다. 경찰이 사건 접수 뒤 3개월 이후 범행 현장인 모텔 CCTV 검색에 의미가 없다며 포기한 반면, 딸은 아버지 B씨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해당 모텔을 찾아 119일간의 CCTV 영상 보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당시 영상을 확보했다면 아버지의 무죄 입증을 위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피해자 가족들 주장이다. 또한 B씨의 딸은 무죄 입증을 위해 마을 주민 200여 명을 직접 만나 아버지의 결백과 관련 증언 확인서를 받아냈으며, 그 과정에 유산의 고통까지 겪었다.

경찰과 검찰은 B씨가 A양 고모·고모부가 없는 틈을 타 A양 집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적시했지만 A양 집 열쇠는 고모와 고무부만 가지고 있었는데도, 어떻게 확보했는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고 열쇠 복사를 한 데 따른 탐문조사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A양의 진술이 번복되는데도, 경찰은 꼼꼼히 진술의 허점을 살피기는커녕,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시했고 ‘2015년 12월께,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의 차량은 소형차, 내비게이션이 있다. 차량 종류나 로고 등은 모른다’는 A양 진술을 무시하고 B씨 소유 중대형차와 비슷한 중대형차 12대만 골라 A양에게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를 무고한 A양 등이 1년 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엉뚱한 주민을 고소했다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된 사건에 연관된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2심 재판부에서 밝혀졌다. 1년 전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경찰이 B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같은 부서 팀장이었다.

검찰도 비슷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기록을 세밀히 살펴 허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재판에 넘겼고, 1심에서 징역형을 받게 했다. B씨가 범행 당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는 A양 진술을 토대로 8개 신용카드사에서 B씨의 결제기록이 없다는 조사기록을 경찰에서 받아놓고도 증거로 내놓지도, 의심하지도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범인을 만들지 말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진술에만 의존한 판단=사법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양의 피해횟수, 범행장소를 바꾸는 등 진술을 번복하는데도,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안일하게 판단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체적 부실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워 옥살이를 시켜놓고도, 사과나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은 전남경찰과 검찰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B씨는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잘못된 수사와 판단으로 우리 가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명예를 가지게 됐다”면서 “막강한 공권력으로 엄격히 수사 하지 않은 채, 진범을 놓치고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사과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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