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유배생활에서 26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조선의 르네상스인’.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자신을 극복한 인생’을 산 학자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산을 다룬 책들은 많이 나왔다. 소설, 인문서, 학술서 등 그의 삶과 학문을 흠모해 펴낸 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많은 책들 가운데 떠오르는 저서가 어떤 게 있을까?
대체로 정형화된 책들이 다수를 차지한 터라 선뜻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 냄새 나는 인간 정약용을 다룬 책이 별로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정찬주 작가가 펴낸 ‘다산의 사랑’은 인간적인 면모에서 접근한 소설이다. 허구라는 입체적인 구성과 묘사가 풀어내는 핍진함은 역사가나 학자들이 조명한 정약용의 면모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정약용을 주인공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사의 중심이 다산이 아닌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다산은 소설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머문 시간은 장장 18년. 그의 생애 75년에서 18년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은 자못 크다. 작품은 유배기와 해배 이후의 사건을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사건의 동력을 제공하는 이는 소실 남당네(홍임 모)와 그녀가 낳은 딸 홍임이의 이야기가 한 축이다. 또 한 축은 강진에 유배 살면서 만난 남도 땅의 제자 18명의 이야기다. 남당네와 서녀 홍임이 그리고 다산을 스승으로 섬겼던 제자들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다양하면서도 깊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작가는 “위대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인간 정약용의 고독과 눈물, 회한에 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책 발간 의미를 밝혔다. <한결미디어·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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