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료생 11명 배출한 신안 홍어썰기 학교 최서진 교장]
6개월간 주 2회 연습…홍어 1마리 손질에 2시간 → 30분으로 단축
부산서 6년전 고향 흑산도로 귀촌…“주민 소득 창출 도움 되고 싶어”
홍어는 아무나 쉽게 썰 수 있는 생선이 아니다. 다른 생선보다 써는 과정이 복잡해 전문가도 한 마리를 써는 데 30~40분이 걸린다. 한 마리당 3만원을 받고 홍어를 썰어주는 기술자가 있는 이유다.
‘홍어의 본고장’ 신안군 흑산도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최근 한 귀촌인의 노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흑산도 종합복지회관에서 문을 연 ‘홍어 썰기 학교’가 최근 첫 수료생 11명을 배출했다. 최서진(63) 교장이 주도해 설립한 이 학교에서는 누구나 ‘기술자’ 못지 않게 홍어를 썰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흑산도에서도 최근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홍어를 썰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요. 명절이면 홍어를 썰 사람이 없어 못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정을 군청에 얘기했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최 교장에 따르면 홍어는 비싼 가격 때문에 연습할 기회도 적은데다 다른 생선보다 썰기가 복잡하고, 일정한 크기·모양을 맞추기가 어렵다.
처음 홍어를 접하면, 한 마리를 써는 데 2~3시간도 부족하다. 제1기 수료생들의 목표는 30분~1시간 내에 써는 것이었고, 6개월 동안 주 2회(비정기적)씩 꾸준히 연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최 교장은 홍어를 썰 줄 모르지만, 대신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부탁했다. 20년 동안 홍어를 썰어 온 안현주씨와 흑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병석씨가 참여해 비법을 전수했다.
학교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최 교장은 애초 교육생을 10여명 정도 받을 생각이었으나, 지원자가 30여명 넘게 찾아왔다. 첫 해는 교육장소·강사 등 문제로 인원을 15명으로 줄여 시작했다. 최 교장은 매년 꾸준히 홍어 써는 사람들을 배출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해 홍어를 썰곤 해요. 그래도 흑산도에서만큼은 주민들이 직접 손질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술이 있으면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소득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기술자 고용 비용이 빠지니 싼 가격으로 쉽게 먹을 수도 있지요.”
최 교장은 부산에서 35년 동안 수산업에 종사하다 지난 2014년 고향 흑산도에 돌아온 귀촌인이다. 그는 도시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정체돼 있던 고향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흑산도 관광협회 회장과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았다. 사비를 들여 빨래방 등 편의시설을 만들고 무료 이불빨래를 하는 등 봉사활동도 했다.
“괜한 짓을 한다고, 정치할 생각이냐고 손가락질 받기도 했어요. 정년 넘은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돈 벌어서 고향 사람들에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죠. 홍어 썰기 학교도 그래요. 돈이 드는 일이라, 제가 아니면 누구도 못할 거란 책임감도 있지요.”
홍어 썰기학교의 내년 교육은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교육생 1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최 교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홍어 썰기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1년에 1~2명이라도 수료생을 꾸준히 배출하고 싶다. 우리 이웃들이 나이 들어서도 홍어 썰기 기술로 생계를 이어간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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