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도서정가제 순기능 계속 살려야”

by 광주일보 2020. 9. 2.
728x90
반응형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자리한 동네 책방 ‘러브앤프리’는 1층은 서점, 2층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다. <광주일보 자료 사진>

지난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 일몰이 오는 11월로 다가오면서 현행 도서정가제를 재검토 또는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출판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 골자는 간행물을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가격 할인은 10% 이내로 제한하며 마일리지, 할인권 등 5%를 포함해 총 15%까지 할인을 허용하고 있다. 출판시장에서 다양한 책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과다한 경쟁을 방지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돼 있는데 오는 11월 20일이 일몰 시한이다.

이번 논란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오랫동안 민관협의체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된 합의안을 보류하고 갑자기 현행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로 선회하면서 불거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개편을 위한 민간협의체 ‘합의안’을 파기했다며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출판인회의는 입장문에서 “문체부 주도하에 구성된 민간협의체가 총 16차례 회의를 거쳐 만들어낸 개정안은 도서정가제의 보완을 위한 출판계 상호 이해와 조정의 결과물인데 지난 7월 말 문체부가 이런 과정에 대해 부정하고 재검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원 서점인 이진숙 ‘숨’ 대표는 “지난 11월을 전후에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있었는데, 내용이 대부분 사실을 왜곡한 거짓 정보였다”며 “합의안을 무시하고 현행 도서정가제 재검토를 통보한 문체부와 거짓 정보를 유포해 소비자들을 기만한 단체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출판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대형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지역을 다루는 책은 거의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지역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책이 출간되거나 아카이빙 될 수 있었던 것은 현행 도서정가제 이후 나타난 긍정적 효과다. 죽어가던 동네책방이 살아나고, 서점이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도서정가제의 순기능 때문이었다.

실제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순수서점의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여 년 동안 감소세였지만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감소 폭이 현저히 완화됐다. 이는 도서정가제가 지역 서점의 생존 여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방증이다.

전국 동네책방네트워크에 따르면 2015년 101개에 불과했던 독립서점은 2020년 650개로 대폭 늘었다. 신생 출판사 또한 2013년 4만4148개에서 2018년 6만1084개로 증가했으며 신간 발행종수도 2013년 6만1548종에서 2017년 8만1890종으로 늘었다.

동네책방네트워크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불안전하지만 15%로 할인을 묶어둔 최소한의 안전장치 덕분에 전례 없는 독립서점들의 증가세와 그로 인해 책문화가 풍성해질 수 있었다”며 “당면한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지금의 정가마저 무너뜨리는 시도는 동네 책방들의 줄폐업과 양서를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작가회의도 1일 성명서를 내고 도서정가제가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작가회의는 “도서정가제는 서점과 출판계에 만연했던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개성 있는 출판사와 독립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며 “순위표에 오른 인기 있는 책을 손쉽게 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은, 작은 서점 주인이 고민 끝에 진열해 놓은 작고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책들을 접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역 출판사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문학들 송광룡 대표는 정책 보완이 우선이지 폐지 수순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송 대표는 “지금 한창 개성적인 1인 출판사나 골목서점이 생겨나고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되거나 개악이 되면 다시 시행 이전의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입고하는 중소 출판사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책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손해는 결국 소비자인 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미디어아트로 본 ‘층’에 대한 기억과 사유

“‘층’은 우리의 기억이다. 때론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수없는 기억의 ‘겹(layer)’이다. 층 사이 얽히고 설킨 무성한 형태들 가운데 기억을 꺼내고 ‘층’의 기억을 불��

kwangju.co.kr

 

 

‘꿈꾸는 양림동’ 양림골목비엔날레

‘우리 동네 미술축제.’‘근대문화의 보물창고’ 광주 양림동은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장소였다. 다형 김현승 시인 등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지금도 이곳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