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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삶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밥 한 그릇의 위로

by 광주일보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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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밥
김준영 지음

 

“할머니들은 산과 들에 나는 거의 모든 풀의 쓰임을 안다. 들풀로만 아는 질경이로 나물국을 끓일 줄 아는 것이 그분들이다. 한국의 나물이란 게 그렇다. 세계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풀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민족은 유례를 찾기가 힘들다. 그냥 보면 논밭둑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어디에도 쓸모없는 잡초처럼 보이는 풀들이 그 존재 가치를 아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눈에 띄면 특별한 맛을 내는 음식으로 바뀌어 밥상에 오른다.”(본문 중에서)

 

책의 목차들이 눈길을 끌었다. ‘삶이 지치게 할 때, 분노를 갈아 쌈 싸 먹다’, ‘팔자를 탓하며 운명을 지지고 볶다’, ‘그리움을 녹여 먹다’ 등…. 삶을 음식과 비유한 표현들이 절묘하다. 예상했던 대로 저자는 일상과 맞닿은 소재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방송작가다.

김준영은 21년 차 방송작가다. ‘화제집중’, ‘PD수첩’ 등 공중파 내로라하는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세상 쓴맛단맛을 봤다. 하지만 오랜 작가생활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번 아웃이 왔다. 그럴 때 떠오른 게 ‘한국인의 밥상’을 하며 맛봤던 음식과 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신간 ‘구해줘, 밥’은 이렇듯 ‘한국인의 밥상’에서 찾은 단짠단짠 인생의 맛을 담고 있다.

 

“송이 박나물 무침, 고기 무자고 볶음, 갓김치 멸치 육젓, 삼치 껍질 유비끼, 토란탕, 메밀반대기, 거지탕…. 그 지역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대로 투박하게 적힌 음식 들 속에는 한겨울 눈 사냥을 그리워하는 70대 산골 할아버지의 눈물도, 쉰이 넘은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연신 “예쁘다, 예쁘다”라고 속삭이던 치매 앓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손길도, 깊은 산골 처녀 농군과 결혼한 군인 아저씨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연애담도 녹아 있었다. 따뜻했고, 위로가 됐다.”

저자는 일이나 사람관계에서 상처받았을 때 음식으로 치유한 경험을 풀어낸다. 욱하고 분노가 치솟는 날에는 6·25전쟁터였던 양구의 나물꾼 할머니를 떠올린다. 향긋한 곰취쌈과 흑돼지구이는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진정제와도 같다.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곡성 토란죽을 꼽는다. 곡성은 토란 최대 산지다. 도시에 살다 쉰 넘어 고향으로 돌아온 딸과 어머니의 애닯은 이야기가 모티브다. 딸은 치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위해 토란죽을 끓인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하던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곧잘 끓여주던 음식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어머니는 그날은 딸을 알아본다. 쉰 넘은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우리 딸 참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면서 보석 만지듯 한다.

완도 여서도 어느 할머니가 끓여준 미역귀탕은 진미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물질을 하는 할머니는, 젊은 시절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할머니가 끓여준 미역귀탕에는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

촬영 당시 할머니는 수심 10미터 아래에서 돌미역을 베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돌미역으로 풍성한 상까지 차려주셨다. 또한 돌미역은 끓일수록 더 진국이 우러나, 한번 끓일 때 솥에 한가득 끓여서 먹으면 좋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에는 가죽나물(참나무 어린잎)을 추천한다. 경상도 어느 산골에서 만난 할머니는 데쳐 먹고 찹쌀풀 발라 튀겨 먹는 법을 이야기해줬다. 돌아가는 길에 비닐 봉지 가득 싸주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러한 만남을 매개로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깨닫는다. 나와 다른 환경,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지치고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따뜻한 한 끼의 밥이다. 거기에는 진심과 이해와 공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배우 최불암은 추천사에서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밥’은 이 세상이 건네는 위로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한 생존의 정글을 헤쳐 나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한겨레출판·1만4000원>

 

 

삶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밥 한 그릇의 위로

“할머니들은 산과 들에 나는 거의 모든 풀의 쓰임을 안다. 들풀로만 아는 질경이로 나물국을 끓일 줄 아는 것이 그분들이다. 한국의 나물이란 게 그렇다. 세계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풀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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