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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by 광주일보 2020.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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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랜돌프 M.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지금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감정이 쓸모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부터 그 의심을 넘어서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들이 진화적 기원과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하겠다. 첫째, 불안과 슬픔 같은 증상들은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몇몇 사람에게 나타나는 희귀한 변화가 아니다. 이런 증상들은 땀이나 기침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관된 반응이다. 둘째, 감정 표현을 조절하는 매커니즘은 특정한 상황에서 그 상황과 연결되는 잠정들의 스위치를 켠다. 셋째, 반응이 없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해롭다. 넷째, 이런 증상들은 개개인에게 상당한 비용을 부과하지만 개개인의 유전자에는 이득이 된다.”(본문 중에서)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에게 코로나블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와 관련한 보도에는 정신장애와 같은 내용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비단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정신이나 기분 장애로 매일 세계에서 3억5000만 명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 미국만 해도 우울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감정이란 무엇일까? 나아가 감정의 종류는 몇 가지나 있을까? 그러나 정신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애리조나주립대 ‘진화와 의학 연구센터’ 초대소장인 랜돌프 M.네스가 ‘인간 본성에 관한 정신의학 보고’를 다룬 책을 발간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 ‘이기적 감정’은 감정을 “개별 상황에 알맞게 특화된 작동 체계”로 규정한다. 달리 말하면 “감정은 유전자를 위해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통섭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추천사에서 “세계 진화생물학계 대가인 네스는 진화의학이 마음의 고통에 대한 통합적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이 슐킨 조지타운대 신경학과 교수는 “‘이기적 감정’은 인간의 감정과 문화 발전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인간의 상태에 관해 낙관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통찰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직설적이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전문적이다”고 평했다.

저자는 “쓸데없어 보이는 불안도 정상일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한다. 그러면서 화재감지기 원리를 이용해 불안장애와 공황발작을 새롭게 정의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과민한 화재감지기가 거짓 경보를 울리는 것처럼,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뇌는 주변을 위험하다고 인지해 공황발작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당신이 고대 아프리카 초원지대에 사는 원시인인데 지금 목이 마른 상태이고 연못이 바로 옆에 있다고 하자. 풀숲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사자일 수도 있고 원숭이일 수도 있다. 당신은 달아나야 할까? 최적의 전략은 풀숲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다.”

1000번 중 999번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1000번 중에 한 번의 도망으로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새로운 정신의학은 치료방식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불안은 유용한 반응인데 종종 과잉이 된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보편적 감정이다. 그러나 좋지 못한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피하는 일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이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데에 이론이 없다. 그렇다고 막연한 정신장애가 유행하고 있다는 현상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질병이나 고독, 실업 등 개개인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긴 통근시간과 직장에서 해방된 이들의 긍정적인 경험에도 눈을 돌릴 여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역발상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더퀘스트·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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