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한국 아빠·프랑스 엄마와 네 아이, 코로나 격리 56일의 기록

by 광주일보 2020. 8. 22.
728x90
반응형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
정상필 지음

 

코로나 격리 기간 중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자 정상필씨와 가족들. <오엘북스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꿨다. 특정 도시와 지역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가 당면한 지구촌 공통의 화두였다. 자가격리, 국경폐쇄, 확진자는 수시로 듣는 친숙한 용어가 됐다.

2020년 코로나 시대를 사는 이들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퇴근하며 발열체크를 한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며 접촉보다는 언택트 일상을 영위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모습이 아니다. 각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르지만, 지구촌 보편적인 모습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다’는 말은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프랑스는 개인의 이동이 보장되는 ‘자유 국가’이다. 인권의 국가이자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예술의 나라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에도 프랑스는 여전히 개인의 이동과 일상을 보장했을까.

한국 아빠와 프랑스 엄마, 네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의 일상을 그린 책이 발간됐다. 정상필 전 광주일보 기자가 펴낸 ‘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가 그것. 파리8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현재 프랑 여성과 결혼해 네 아이 아빠로 살고 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살다 최근 프랑스에 정착해 가이드와 운전을 밥벌이 삼아 사는 저자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일기를 썼다. 이번 책은 56일(3월16일~5월10일) 동안 집안에 갇혀 지낸 일상의 기록인 셈이다.

“15일(일요일)에 종교행사가 제한되면서 성당의 미소가 취소됐고, 16일부터는 생필품을 파는 마트와 약국 등 최소한의 상업시설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폐쇄됐다. 우리는 학교와 상점들이 닫힌 16일부터 실질적으로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일기의 격리 기간(56일)이 프랑스 정부의 공식 격리 기간(55일)과 하루 차이가 나는 이유다.”

저자는 우버 기사이며 와이프는 초등학교 교사다. 프랑스 중부 불루아라는 인구 4만5000명이 거주하는 도시. 파리에서 차로 2시간 걸리며, 루아르 강을 따라 고성이 즐비해 여름이면 관광객이 몰린다.

한국 아빠와 프랑스 엄마가 사는 집이라 일상은 두 방식이 상존한다. 특히 육아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다섯 살인 셋째의 손가락 빨기에 대해 엄마는 스스로 끊을 때까지 놔두자는 입장이다. 아빠는 어떻게든 끝내려 한다.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은 코로나를 겪으며 공감과 공유가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 특히 56일의 격리를 버틸 수 있게 한 데는 보드게임, 정원 가꾸기, 천 조각 퍼즐이다. 여기에 화상통화와 손편지, 이런저런 취미들도 도움이 됐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해적선과 놀이배.

아이들 또한 격리 생활을 힘겨워하지 않았다. 연극을 하거나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레고와 플레이모빌을 했다. 색종이를 접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중세 기사놀이를 하면서는 역사에도 빠지고 더러는 브라질리언 팔찌를 만들었다.

“붙어 지내기의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각자의 공간이나 취미를 존중해주기다. 내가 아이들의 방패를 만들거나 정원에서 잔디를 깎을 때는 다른 모든 일에 대해 깨끗하게 잊고 그것에만 집중을 한다. 그렇게 하도록 상대가 배려를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격리에서 벗어났지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해졌다. 타인과 교감을 나누는 일상의 중요함을 체득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9월 개학이 가까워지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동의 자유를 얻은 만큼 불안감이 배가되는 일은 코로나 시대의 역설이다.

저자는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다시 갇혀 지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지난봄의 일이 재연되더라도 인권의 나라 운운하면서 지레 겁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며 “격리의 장점도 상당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으므로, 다시 일기장을 열고, 집안 곳곳을 손질하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며 우리는 조금 특별한 일상을 헤쳐갈 것”이라고 말한다.

<오엘북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한국 아빠·프랑스 엄마와 네 아이, 코로나 격리 56일의 기록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꿨다. 특정 도시와 지역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가 당면한 지구촌 공통의 화두였다. 자가격리, 국경폐쇄, 확진자는 수시로 듣는 친숙한 용어가 �

kwangju.co.kr

 

한국 차문화 천년의 숨결 김의정·최석환 지음

한국의 차(茶)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 질문은 차를 이야기할 때마다 공공연하게 주고 받는 대화다. ‘삼국사기’에는 대렴이 당나라에서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에 파종한 이래 한국 차

kwangju.co.kr

 

스무 명의 문인들이 털어놓은 문학의 ‘희로애락’

수많은 출판사들 가운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는 출판사들이 있다. ‘마음산책’도 그 중의 하나다. 문학, 예술, 인문서를 주로 펴내는 마음산책의 책들은 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금방 알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