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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오늘은 뭘 먹지?’ 철학에 버무린 음식 이야기

by 광주일보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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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분석하는 철학자가 얼마 없는 진짜 이유는 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식은 성가신 주제다. 정의도 분명치 않다.”

데이비드 M. 캐플린은 ‘음식의 철학’에서 한 말이다. 그는 “채소, 화학자, 도매업자, 가축, 냉장고, 요리사, 비료, 생선, 그리고 식료품 상인까지 모두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매일매일 음식과 관련한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쏟아진다. 먹방 프로의 범람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보편적인 양상이 됐다. 지명도 있는 셰프는 유명 연예인보다 인기가 좋다. 음식은 가장 핫하면서 특별하며 친근한 주제다.

사실 주부들과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고민 가운데 하나가 “오늘은 뭘 먹지?”이다. 일반적인 고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삶에 대한 가장 논쟁적이고 심오한 문제’다.

음식을 다양한 삶과 사유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 발간됐다. 영국의 철학자 마틴 코언의 책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다소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먹는 행위와 관련된 다양한 읽을거리가 담겨 있다. 음식의 역사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 윤리, 환경에 이른다. 여기에 영양, 다이어트, 레시피 등 현대인들의 관심사항까지 포괄한다.

안광복 철학박사는 추천사에서 “‘디테일이 중요하고,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크리스털 꽃병같이 섬세한 몸의 건강을 깨뜨리지 말라’는 일관된 원칙 아래,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들을 찬찬히 훑어 나간다”고 평한다.
책에는 임마누엘 칸투와 니체가 어떻게 음식을 먹었는지 사례가 등장한다. 식사를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칸트는 함께 먹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수다를 좋아하지 않았던 니체는 혼자 먹는 걸 고집했다. 특히 니체는 옥수숫가루를 걸쭉하게 끓여 굳게 한 후, 굽거나 튀겨 먹는 폴렌타를 먹었다. 그의 식단에는 과일이나 채소가 없었다.

위의 사례는 음식은 그것을 먹는 사람을 만들고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바람직한 음식을 먹기 위해 ‘철학적 식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한다.

“플라톤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신선한 과일과 견과를 기본으로 하는 식단을 추천했다. 모든 사람들이 끼니마다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세상에 음식이 남아돌지 않을 것이고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이 벌어져 결국 자연이 파괴되고 전쟁일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현명한 식생활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먼저 디테일의 중요성인데 쉬운 해결책과 사고의 단순화에 저항하라는 의미다. 일테면 “과일에는 당이 함유되어 있지만 과일의 당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콜라 한 잔에 든 설탕이 몸에 미치는 영향과 같지 않다”는 내용이다.

또한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사유를 견지하라고 언급한다. 쉬운 예로 한 가지 음식을 끊거나 줄이면 어딘가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소 비유적이지만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이 말은 ‘스위스제 시계를 집에서 수리하지 말라’는 표현과 맥을 같이한다. 다시 말해 “체중 조절을 위해 식사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반대로 피자나 감자칩처럼 취향에 맞는(또는 편리한) 음식 한두 가지만 먹어 대지 말라”는 의미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좋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식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며 독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집필의 의도다.

<부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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