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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시간과 온도의 마술…맛 속에 담긴 과학을 음미하다

by 광주일보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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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맛있다, 과학 때문에
박용기 지음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음식 맛이 달라지는 것은 온도와 시간, 배합 순서 등 다양한 과학적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곰출판 제공>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케이크의 식감은 다름 아닌 공기에서 나온다. 케이크 속에 들어 있는 공기의 많은 부분은 초기에 지방과 설탕이 혼합되는 ‘크리밍’ 과정에서 들어온다. 공기는 설탕 결정의 거친 표면을 따라 모이는데, 결정 입자가 작을수록 많은 공기가 크림 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자가 고운 정제당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강하게 많이 휘저을수록 공기의 양이 증가한다. 이렇게 들어온 공기는 지방 방울 속에 갇혀 거품을 만든다.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요리가 예술이라면 빵을 만드는 일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재료의 배합과 만드는 과정에 과학적인 변수가 결부된다는 의미다. 케이크를 만드는데,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첨가물이 있다. 바로 공기다.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거품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방의 홍수시대, 음식을 소재로 한 방송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얼추 ‘먹방 BJ’가 3000여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장래 요리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날 만큼 위상 또한 달라졌다.

‘먹는다’는 문제는 단순한 생명을 넘어 문명과 직결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음식의 변화가 인간의 인지혁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불의 발견으로 음식을 데워 먹고, 더불어 소화 시간 단축으로 창의적인 일을 도모했으며 뇌의 용량이 커졌다는 것이다.

맛 속에 담긴 과학을 음미하는 이색적인 책이 발간됐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의학물리 전공 책임교수를 역임한 박용기 박사의 ‘맛있다, 과학 때문에’는 ‘시간과 온도가 빚어낸 푸드 사이언스’에 관한 얘기다.

 

분말 크기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커피.

저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아이스크림, 커피, 튀김 등 다양한 음식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아낸다. 달콤한 아이스크림, 쌉싸름한 커피, 바삭바삭한 튀김, 알싸한 고추, 짭쪼름한 간고등어를 예로 든다.

아이스크림 또한 ‘우유와 공기가 만들어낸 마법’이다. 특유의 부드러움은 공기가 주는 효과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부피가 줄어드는 데서 공기의 유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도 수학과 과학이 숨어 있다. 커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분말의 크기다.

“드립 커피의 경우 분말 크기가 클수록 쓴맛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분말 크기가 클수록 분말과 분말 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물이 쉽게 빠져나가 반응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곱게 갈아서 입자 크기가 작아지면 물이 쉽게 통과하지 못하면서 물과의 접촉 시간과 면적이 늘어나 추출률이 높아진다.”

매운 맛에도 나름의 과학이 숨어 있다. 매운맛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과 같이 기본 맛은 아니다.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물질이 통증을 느끼는 TRPV1이라는 수용체와 겹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이 수용체가 통증과 열을 감지해 캡사이신과 반응해 뇌에 전달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뇌는 입의 통증과 뜨거움을 완화하기 위해 대사활동을 활발히 하게 되고, 땀과 눈물을 쏟게 된다.

생선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부패를 막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소금을 뿌리면 굵고 짧은 생선의 근섬유들이 결합해 살이 잘 부서지지 않는다. 여기에 비린내 원인이 되는 아민이나 휘발성 지방산 등이 빠져나오게 해, 일정 부분 비린내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저자는 맛을 느끼는 뇌의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오감이 총동원돼 수신된 신호들이 뇌로 보내지고 기억과 조합된다는 것이다. 특히 뇌에서 시각과 연관되는 부분이 전체의 반을 차지하는데 비해 맛을 느끼는 부위는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토대로, 뇌가 음식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취합하는 데 색과 시각 같은 정보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곰출판·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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