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제보 받고도 처리 ‘미적’…경찰은 소극적 수사 일관
집회 참가자들 10일 넘도록 활보…합동대응팀 구성 등 필요
광주시민을 공황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8·15광화문발 집단 감염 사태는 어설픈 행정이 부른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매주 오고가는 목사와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 대거 참가했다는 제보를 접수받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로부터 수사협조를 요청받은 광주경찰도 수사 규정 등을 이유로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광주시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광주시와 광주경찰의 공조체계는 엉망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광주시 등 방역당국과 경찰이 공동으로 코로나19업무를 진행하는 가칭 ‘코로나19 합동대응팀’을 구성하고, 위기상황 발생시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광주시와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시 담당 공무원은 지난 18일 한 시민으로부터 “광주지역 교회 목사와 신도 등이 전세버스 여러 대에 나눠 타고 8·15 광화문집회에 참가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매주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오고갔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시는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이 공무원은 담당 국장에게 서울 사랑제일교회 관련 내용은 빼고 광화문 집회 관련 내용만 보고했다.
담당 국장은 “직원이 사랑제일교회 관련 제보내용까지 보고했으면 사안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좀더 빨리 조치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날 광화문 집회 제보 내용을 보고받은 담당 국장은 광주경찰에 관련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사규정상 (시에서)행정명령을 발동해야만 수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광주시는 다음날인 19일 광화문집회 방문자에 대해 즉시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제보자로부터 확인한 광화문 집회 인솔자(목사)에겐 ‘21일 오후 2시까지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광주경찰도 행정명령 마지막날 해당 목사를 접촉해 광화문 집회 참가자 111명의 명단을 받은 뒤 광주시에 전달했다. 참석자 명단을 확보하는 데만 꼬박 4일을 소비한 것이다.
광주시와 광주경찰이 절차를 밟은 사이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10일 넘도록 광주와 전남을 돌아다녔고, 아직까지 29명은 소재조차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경찰이 더디게 움직이는 사이, 결국 각화동의 한 교회에서 광화문 집회 참가자발 대규모 집단감염이 터졌다. 더 큰 문제는 추가 확산 우려도 높다는 점이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경찰수사는 (광주시의)행정명령이 발동된 후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시작되며, 심각한 감염병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선 소재 확보를 요청하면 곧바로 해주고 있다”면서 “이번 광화문 집회 관련도 이 같은 절차를 따른 것이며, 광주시에서 상무지구 유흥시설발 확진자 등 업무가 밀리다 보니 광화문 집회 관련자 대응이 늦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 관계자는 “경찰에 신속한 협조를 요청했는데도, 수사 규정을 따지는 바람에 수일의 시간을 소비했다”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반박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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