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캐릭터에 강렬한 메시지…영화적 상상력 선사
박소담 ‘제시카 송’ 부터 ‘소고기 넣은 짜파구리’ 까지 열풍
“‘기생충’이 사회 불평등과 빈부격차란 이슈를 자본주의 최정점인 미국 한복판에서 제기했다.”
영국 BBC 방송의 문화 전문 선임기자인 휴 몽고메리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장 예술적으로 그렸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재미와 메시지, 예술적 성취 등이 작품에 조화롭게 투영됐다는 얘기다.
언급한대로 상위 1%가 세계 부의 50%를 차지하는 빈부격차는 세계적인 문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정치, 경제 등에서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빈부의 문제를 공존 문제와 결부시킨 ‘기생충’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상황이 극과 극인 두 가족의 배치는 영화적 재미를 넘어 과연 공존은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생충’의 묘미는 빈곤과 부의 문제를 심각하게 그리지 않는 데 있다. 희극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면서 재미를 위해 상상력의 공간은 비워둔다. 다양한 소품과 반지하, 냄새가 ‘기생충’이라는 제목과 맞물려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세계 관객들이 빈부격차의 생생한 장면을 보면서도 웃을 수 있는 요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한편으로 영화는 1대 99로 재편돼가는 자본부의 사회의 희망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루저’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봉 감독이 ‘기생충’을 계단 영화라고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봉 감독은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려 했던 가난한 남자가 오히려 계단을 내려가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담고 있는 슬픈 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전개와 살아있는 캐릭터, 보편적인 주제가 잘 어울려 진 점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끈 요인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말로 제작된 순수한 한국 영화가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세계인들이 우리의 대중문화에 공감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조사한 ‘2019년도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76.8%가 한국의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10명 중 4명이 대중문화를 꼽았는데 영화와 K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추세다.
‘기생충’이 남긴 유행도 세계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화 속 기정(박소담)이 부른 ‘제시카 송’이 그것.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 사촌~.” 이 노래는 기정과 기우(최우식) 남매가 박 사장네 집에 들어서기 전, 그들이 만든 가상의 인물 ‘제시카’ 프로필을 외우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배급사 네온은 ‘제시카송’ 영상을 SNS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 충숙(장혜진)이 요리하는 ‘짜파구리’도 먹방 열풍을 지폈다. 박사장의 아내 연교의 전화를 받고 송축이 한우를 넣어 만드는 짜파구리는 간식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밖에 각각의 다른 문구가 들어간 해외 포스터도 화제를 낳았다. 김상만 감독이 디자인한 기존 포스터에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에서는 “침입자를 찾아라”는 문구를 넣었으며 일본에서는 ‘반지하 가족’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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