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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현판·시판으로 본 승보사찰 송광사의 역사

by 광주일보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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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박물관 6일부터 ‘필적기행’ 특별전
안거기간·예절 등 기록 ‘칠전간당론’ 주목
해제와 번역 담긴 책도 발간
보조암 출토 청동그릇·조선 동전도 첫 공개

 

사찰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을 자세히 기록한 칠전간당론(七殿看堂論)과 절목(節目) 기판. <송광사 성보박물관 제공>

침계의 냇물소리

구름 젖은 차림새로 높은 다락 올랐더니

종일토록 시냇물이 돌을 치며 울리구나!

내 마음이 스스로 세속의 나그네가 아니거니

인간 세상 무슨 일이 근심 걱정 되리오

(염재(念齋) 송태회의 ‘송광사 내팔경’ 중에서)

 

 

순천 송광사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많은데, 그 가운데 사찰 안과 밖의 승경을 시로 남긴 시판도 있다. 위 현판은 20세기 초 강원 한문교사로 활동했던 염재 송태회의 시다. 침계루의 냇물소리를 들으며 “인간 세상 무슨 일이 근심 걱정 되리오”라고 읊조린 시인의 심사가 느껴진다.

훌륭한 스님을 많이 배출해 승보사찰로 일컫는 송광사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많다. 현판, 시판, 주련, 금석문, 불화 등은 승보사찰 송광사의 역사뿐 아니라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이 현판과 시판 등을 선보이는 ‘송광사의 필적 기행’ 특별전을 개최한다. 6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미공개 됐던 현판을 비롯해 내용을 알 수 없었던 시판 등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현판과 시판의 글에 대한 해제와 번역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물을 토대로 ‘송광사의 필적기행’도 함께 발간했다.

전시되는 주요 유물로는 조선 후기 문관으로 대제학, 좌의정 등을 역임한 연천(淵泉) 홍석주가 1828년 지은 ‘연천옹유산록’(淵泉翁遊山錄) 기판, 1938년 염재(念齋) 송태회가 지은 ‘송광사 내외팔경’ 시판, 1750년 완화 처해스님이 쓴 ‘침계루에서 짓다’(근차판상원운·謹次板上元韻) 등이다.

또한 1903년 연안(延安) 이순익이 쓴 ‘성수전상량문’(聖壽殿上樑文)등 현판류와 송광사 16국사 진영 중 제 1세 보조국사(보물 제1043호), 송광사 응진전 16나한도(보물 제1367호), 천지명양수륙잡문 목판(보물 제 1914호),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보물 제 1909호) 등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문화재는 조선 광무 4년(1900)에 다시 쓴 ‘칠전간당론(七殿看堂論)과 13가지 절목(節目)’ 기판이다. 이 ‘칠전간당론’ 기판은 지켜야 할 수도 규칙인 청규(淸規) 가 적혀 있다. 선원의 안거기간과 해제, 사찰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덕목 등을 자세히 기록한 것으로 송광사의 선풍을 짐작할 수 있다.

가로 110cm, 세로 33cm 현판에는 수행공간인 상대(上坮) 칠전(七殿)에서 지켜야할 내용이 담겨 있다.

“선가 일용공부하는 중에 간당을 출입하는 이는 여섯 때 가운데서 묵언하고 여법히 작법하며, 또한 십통으로써 십악을 물리치는 관건으로 삼아야 한다.(중략) 참선 또한 이와 같아서 만일 자기 마음자리를 지켜서 보호하지 못한다면 또한 도적이 육문 안으로 함부로 들어와 마음자리를 요동시켜서 안정치 못하게 하나니 불가불 잘 지켜야 한다”

이밖에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한 보조암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명문 암막새, 청동 그릇, 조선시대 동전 등 유물도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김태형 송광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와 함께 발간된 ‘송광사의 필적기행’는 인문학적으로 풍부한 자료를 담아 경내는 물론 산내 암자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종합 해설서”라고 평했다.

한편 순천 송광사는 조계종 3대 사찰, 8대 총림에 속하는 큰 절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佛寶)와 더불어 한국 삼보사찰(三寶寺刹)에 꼽힌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곳을 불보사찰, 고려대장경을 보관한 곳을 법보사찰, 고승을 많이 배출한 곳을 승보사찰이라 하는데 송광사는 훌륭한 스님을 배출한 절로 알려져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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