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에 탐스러운 여름이 ‘활짝’
팽나무 숲길과 수국이 어우러진 ‘환상의 섬’
여름과 함께 둥그렇고 탐스러운 모습이 매력적인 꽃 수국도 만개했다. 수국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국축제가 열리는 추세다. 전남에서는 신안 도초도에서 매년 수국축제가 열리고 있다.
도초도는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으로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54.5km 떨어져 있다. 섬의 모양이 당나라 수도와 비슷하면서 초목이 무성해 도초(都草)라 불렀다고도 하며 고슴도치처럼 생겨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예전부터 도초도는 섬초로 불리는 시금치와 바둑 천재 이세돌의 고향 섬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수국섬으로 불린다. 폐교된 도초 서초등학교와 주변 야산을 중심으로 약 3만 7000여 평의 수국 정원이 펼쳐져 있는데 섬마을 주민들이 수 년 동안 수국을 심고 가꾼 결과다. 수국 종류는 산수국부터 나무수국, 제주수국까지 50여 종이 넘고 수국 꽃나무만 100만 여 그루가 넘는 환상적인 꽃밭이다.
1000개의 섬을 품은 신안군은 연륙·연도교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도초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없다. 도초도행 배편은 목포 여객선 터미널과 목포 북항 선착장 그리고 신안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쾌속선으로 50분 가량 소요되며, 차도선을 타면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도초도 옆 섬인 비금도와는 연도교가 개통돼서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다.
비금도를 거쳐 도초도에 가는 방법도 있다. 배편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스무 차례 정도 왕복 운행을 하고 있어서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비금도와 도초도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자동차를 가지고 배를 타는 것이 좋다.
신안군은 최근 섬을 이용한 관광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 섬의 특성을 살려 대표 꽃밭과 컬러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도초도의 상징은 수국과 코발트 블루다. 도초도에 도착하면 푸른빛으로 물들인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섬 안 모든 집들의 지붕이 온통 푸른 바다를 닮은 코발트 블루로 칠해져 멀리서 보면 지중해 산토리니 섬을 연상시킨다. 이곳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의 촬영지도 있어서 그 옛날 절해고도에서 정약전이 후손들을 위해 꼼꼼히 써 내려간 자산어보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도초도가 수국으로 물들어가던 2021년 여름,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바로 ‘팽나무 10리길’이다. ‘환상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팽나무 10리길은 섬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월포천 수로를 따라 약 3.5킬로미터의 길로 이어지는데 수령이 70년에서 100년 이상 된 팽나무 7백여 그루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길 양편에 푸른 터널을 만들었다. 숲길을 따라 흐르는 월포천은 1970년대 농지를 조성하면서 건설한 인공 수로인데 웬만한 강처럼 폭이 넓다.
팽나무에는 저마다 출신 지역을 적은 팻말이 걸려 있다. 고흥, 해남, 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에서 온 나무들 사이로 충남 홍성, 경남 진주 등 멀리서 온 나무들도 있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푸조나무 등과 함께 수명이 긴 나무에 속한다. 아름드리로 자란 팽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대접받고, 해안가에서는 바람에 의한 피해를 막는 방풍림으로도 이용됐다. 도초도에 이사 온 팽나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밭둑을 차지하고 앉아서 농작물에 그늘을 드리우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거나 산비탈이나 농수로에 뿌리내려 천대받던 팽나무까지 가지가지였다. 도초도에서 오래된 팽나무를 모은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이어졌다. 공사에 방해가 돼서 뽑아내려고 하는데 가져갈 것인지 묻기도 하고, 한 농민은 밭 한가운데에서 농지를 잡아먹는 팽나무를 뽑아갈 수 있겠느냐고 문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키가 10미터 이상 되는 팽나무들이 5톤짜리 트럭에 실려 배를 타고 도초도에 왔다. 제자리를 못 찾아 ‘팽’ 당할 처지의 나무들이 모여 명품 숲길을 이룬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초도의 특산물로는 천일염과 시금치가 꼽히지만, 간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도초도의 명물이다. 섬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간재미는 맛과 영양이 뛰어나 예부터 도초도 주민들이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던 생선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잡히는 간재미는 살이 두툼하고 담백해서 회나 무침 등 다양한 음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톳밥에 간재미회무침만 있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에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도초 막걸리 한 잔까지 곁들이면 남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사진 = 정지효 작가 1018hyoh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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